세계 마지막 자바코뿔소, 멸종 위기 속 필사의 생존기

자바코뿔소 Badak Jawa

인도네시아 우중 쿨롱 국립공원, 100마리 미만 개체수… 국제 사회의 막중한 책임

외뿔을 가진 고대 포유류 자바코뿔소(Rhinoceros sondaicus)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때 인도와 동남아시아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서식했던 이들은 이제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쪽 끝 우중 쿨롱 국립공원(Taman Nasional Ujung Kulon, TNUK)에만 남아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이 마지막 고대 동물의 생존을 위한 인도네시아의 노력에 쏠리고 있다.

IPB 대학교 보존 전문가 하리니 문타십 교수에 따르면, 자바코뿔소는 과거 인도, 미얀마,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지에 널리 분포했으나,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점차 자취를 감췄다.

특히 2010년 베트남에서 마지막 개체가 멸종하면서 인도네시아만이 자바코뿔소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하리니 교수는 “이는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자부심이자, 인류 전체가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자바코뿔소는 열대우림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거대한 초식동물로서 식생을 조절하고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등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이들의 보존 상태는 극히 위태롭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자바코뿔소를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단계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I에 포함시켜 모든 상업적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우중 쿨롱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카메라 트랩과 발자국 추적 등 공간계수모델(Spatial Count Model) 분석 결과, 현재 생존 개체수는 87~100마리로 추정된다. 이처럼 적은 개체수는 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보존 단체들은 2009년부터 우중 쿨롱 국립공원 내 5,100헥타르 규모의 ‘자바코뿔소 연구 및 보존 지역(JRSCA)’을 조성해 체계적인 보호에 나섰다.

이곳에는 번식을 위한 사육장과 연구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개체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개체를 주 서식지에서 JRSCA로 이전하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자바코뿔소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여전히 많다. 내부적으로는 적은 개체수로 인한 근친교배 위험, 다른 동물과의 먹이 경쟁, 그리고 코뿔소의 먹이 식물을 고사시키는 외래 침입 식물 ‘랑캅(Langkap)’의 확산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외부적으로는 인근 지역 가축으로부터의 질병 전파 가능성, 끊이지 않는 불법 밀렵의 위협, 그리고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하리니 교수는 “이러한 복합적인 위협 때문에 자바코뿔소 보존은 단편적인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자바코뿔소는 단순히 희귀한 동물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지켜야 할 살아있는 유산”이라며 “이들을 지키는 것은 인도네시아 생물다양성의 온전함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자바코뿔소의 운명은 이제 국제 사회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손에 달려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BCA 0657099868 CHONG SUN * 한국 계좌번호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