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슈퍼달러… 외국인 자금 美로 ‘빅 유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돈줄이 바뀌고 있다.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달러와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달러 강세와 채권 가격 하락)
신흥국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미국 증시 등 선진국 시장으로 되돌아가는 ‘빅 유턴(Big U-tur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달러 유출과 자국 통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총력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신흥국 떠난 달러 미국으로
‘빅 유턴’

4일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한국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 7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을 86억5400만 달러(약 10조1251억 원)로 집계했다.

이는 102억3000만 달러가 빠져나간 지난해 8월 이후 월간 단위로 가장 큰 규모다.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억3600만 달러(약 5101억 원)를 빼냈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는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미국 증시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10일 트럼프 당선 이후부터 30일까지 선진국 주식형 펀드로 410억 달러(약 48조 원)가 순유입됐다.

이 중 미국 등 북미지역 펀드가 빨아들인 돈이 408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72억6400만 달러(약 8조4708억 원)가 빠져나갔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자 달러 가치도 상승세를 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 달간 3.1% 올랐다. 달러 강세의 반작용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 정부는 달러 탈출을 막기 위한 문단속에 돌입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달 장중 한때 1998년 1월 외환위기 수준으로 링깃화 가치가 폭락하자 시장에 개입해 외국계 은행의 역외시장 링깃화 거래를 금지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외자기업의 자본계정 해외 송금 1회 상한을 50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강화하며 ‘달러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채권도 못 믿어…국내 증권사 비상

채권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공약으로 내세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채권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EPFR에 따르면 지난달 10∼30일 트럼프 당선 후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311억3200만 달러(약 36조4244억 원)다. 신흥국에서 약 96억 달러, 선진국에서 약 214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이 11월 한 달간 입은 손실만 200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달 13일(현지 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채권 수익률이 또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9월 말 기준 총자산 392조 원 가운데 채권보유액은 절반 가까운 187조 원의 채권을 보유한 국내 증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이 국고채 매입과 통화안정증권 발행규모 축소를 통해 채권 금리 안정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 이동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확정될 때까지 시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FOMC가 끝나면 자금 이동이 다시 빨라질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