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연간 100억 달러 해외 진료비 유출 “의료 관광산업 도약 선언”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 장관

매년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찾아 해외로 나가면서, 연간 100억 달러(약 162조 루피아)에 이르는 외화가 빠져나가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의료 관광’ 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육성해, 막대한 국부 유출을 막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의료 원정의 심각성: 연간 100억 달러 외화 유출

인도네시아 국민의 해외 의료 서비스 이용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 장관은 지난 12일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국제 인프라 콘퍼런스(ICI)’ 기조연설에서, 매년 100만~200만 명의 국민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인접국으로 진료를 받으러 떠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연간 100억 달러를 넘어선다.

부디 장관은 “이러한 해외 의료비 지출은 주로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층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자국 내 의료 인프라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의료산업에 대한 신뢰 부족이 만성적인 ‘의료 원정 진료’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해법: 의료 관광 허브로의 전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 라부안 바조, 바탐 등 주요 관광지에 세계적 수준의 의료 생태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의료 인프라 확충을 통해 ‘내국인 수요’의 국내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부디 장관은 위디얀티 푸트리 와르다나 관광부 장관에게 공식적으로 ‘해외 원정 진료’ 수요를 국내 의료 관광 활성화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환자 유치에 앞서 장관, 주지사, 고위 관료와 부유층부터 국내에서 치료를 받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자국민의 국내 의료 서비스 신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부디 장관은 “내국인 신뢰가 확보되면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관광 활성화로 기대되는 국가적 효과

정부의 ‘의료 관광 대국’ 전략이 성공할 경우, 연간 1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 유출 방지는 물론, 국가 보건 산업의 질적 도약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는 약 2억 8천만 명의 인구와 평균 기대수명 72세를 바탕으로 연간 400억 달러 규모의 국가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만약 기대수명이 76세까지 늘어난다면, 전체 의료시장 규모가 1,2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부디 장관은 “국민 기대수명 증가는 의료 서비스 수요 확대와 의료 인프라 투자 기회로 이어진다”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투자 유치, 인재 양성, 제도 개선이 병행된다면, 인도네시아가 의료 서비스 순수입국에서 주요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의료 인프라의 현주소와 성장 잠재력

최근 중앙통계청(BPS) 자료에서도 의료 관광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드러난다. 2025년 1월 보건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1% 상승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7%가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의료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국내 인프라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의료 산업의 성장 잠재력 역시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 중심지로의 도약 가능성

인도네시아 정부는 강력한 정책 의지와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보건 분야에서 해외 자본과 혁신 기술 유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발리, 라부안 바조 등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을 첨단 의료 서비스의 전진기지로 삼아, 향후 동남아시아 의료 관광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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