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S 10 / 서라임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전시 투어 중 ‘애나벨 인형’이 사라졌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지며 화제가 되었다. 애나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포영화 <컨저링> 시리즈로 유명한 저주받은 인형으로, 공포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이번에는 루이지애나의 한 전시장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애나벨 인형이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온라인에서는 “애나벨이 도망쳤다”, “저주가 시작됐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곧 뉴잉글랜드심령연구소(NESPR) 관계자가 “애나벨은 여전히 안전하게 보관 중”이라는 영상을 공개하며, 해당 소문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인형의 실종이나 저주와는 무관한 단순한 소동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고 쉽게 믿게 되는 걸까? 과학과 정보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미신과 도시전설은 여전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고양이에게 인사하지 않으면 불행이 온다거나, 수능날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처럼, 미신은 학교 생활 속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신과 괴담이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조절하려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설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해석을 통해 통제감을 얻으려는 본능, 그리고 긴장감 속에서 오는 재미와 소속감 또한 사람들이 미신을 공유하고 소비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기자 역시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 친구는 “어릴 때 인형 눈이 따라오는 것 같아서 무서워서 버렸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중요한 시험 날 불운의 상징인 검은 고양이를 봤는데 마침 그날 시험을 망쳤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신은 단순한 거짓 정보가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과 감정이 담긴 하나의 문화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 애나벨 사건처럼 사실이 아닌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우리는 더욱 비판적인 시각과 정보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사람들이 공감하고 연결된다는 점에서 미신은 단지 비과학적인 낡은 관념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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