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희생제 이둘 아드하 5색 전통 문화 눈길

희생제 메페 카수르 (Mepe Kasur) – 바뉴왕이

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둘 아드하(희생제)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희생 제물의 정신적 가치와 더불어,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된 지역 고유의 풍습이 결합되어 다채로운 문화적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전통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문화 축제로 승화되어, 문화 관광 명소로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이둘 아드하 전통 5가지를 소개한다.

1. 아피탄 (Apitan) – 스마랑

희생제 아피탄 (Apitan) – 스마랑

스마랑 지역의 ‘아피탄’ 전통은 이슬람력에서 샤왈월과 둘히자월 사이에 낀 달, 즉 이둘 아드하를 ‘사이에 둔’ 시기를 의미하는 데서 유래했다. 이 행사는 주로 전통 말춤인 ‘쿠다 룸핑’ 공연으로 시작되어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아피탄은 지역 주민들이 한 해 동안 거둔 농산물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수확물을 실은 행렬이 지나갈 때 주민들이 이를 서로 차지하려 다투는 모습은 이 전통의 백미로 꼽힌다. 이 쟁탈전에서 무언가를 얻으면 축복과 행운이 따른다는 믿음이 있으며, 정신적 가치와 함께 지역 공동체의 지혜를 되살리는 민중 오락의 성격도 지닌다.

2. 가믈란 스카텐 (Gamelan Sekaten) – 수라카르타

희생제 가믈란 스카텐 (Gamelan Sekaten) – 수라카르타

수라카르타의 ‘가믈란 스카텐’은 1644년 마타람 왕국의 술탄 아궁 통치 시절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전통이다. ‘키아이 군투르 마두’와 ‘키아이 군투르 사리’라는 두 개의 주요 가믈란 악기 세트는 이둘 피트리, 마울리드 나비(예언자 탄생일), 그리고 이둘 아드하 등 주요 이슬람 행사 때 장엄한 소리를 낸다.

이둘 아드하 예배 후 거행되는 이 전통은 방문객들이 신비로운 가믈란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장수를 가져다준다고 믿어지는 ‘키낭'(빈랑 열매 등을 씹는 행위)을 체험하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해 특별한 매력을 더한다.

3. 그레벡 구눙안 (Grebeg Gunungan) – 족자카르타

희생제 그레벡 구눙안 (Grebeg Gunungan) – 족자카르타

족자카르타 왕궁은 이둘 아드하 축제의 일환으로 ‘그레벡 브사르'(위대한 그레벡)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이 전통의 핵심은 7개의 ‘구눙안'(산 모양으로 쌓아 올린 농작물 제물)을 왕궁에서 카우만 대사원, 픈도포 픙울론, 푸로 파쿠알라만 등 여러 중요 장소로 운반하는 성대한 행렬이다.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이 구눙안의 일부를 차지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는데, 이는 축복과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레벡 구눙안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볼거리일 뿐만 아니라 종교, 문화, 관광이 성공적으로 융합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4. 만텐 사피 (Manten Sapi) – 파수루안

희생제 만텐 사피 (Manten Sapi) – 파수루안

동자바 파수루안 지역에는 이둘 아드하를 맞이하는 독특한 전통인 ‘만텐 사피'(소 신랑/신부) 의식이 있다. 희생될 소들을 정성껏 목욕시키고, 일곱 가지 종류의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며, 수의(壽衣)와 유사한 천으로 감싸고 터번과 예배용 깔개로 장식한다.

이렇게 아름답게 치장된 소들은 주민들의 행렬과 함께 모스크로 향한다. 이는 희생 동물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하는 의식으로, 흥미로운 볼거리이자 상징적 가치가 풍부하며 파수루안 지역 사회의 공동체적 지혜를 보여준다.

5. 메페 카수르 (Mepe Kasur) – 바뉴왕이

희생제 메페 카수르 (Mepe Kasur) – 바뉴왕이

바뉴왕이 케미렌 마을의 오싱 부족은 이둘 아드하를 앞두고 ‘Mepe Kasur’(매트리스 말리기)라는 독특한 전통을 지킨다.

이 전통은 아침부터 낮까지 이어지며, 마을의 모든 집이 붉은색과 검은색 매트리스를 일제히 집 앞에 내어 햇볕에 말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붉은색은 용기를, 검은색은 영원함 또는 지속성을 상징하며, 이는 액운을 막고 가정의 화목을 기원하는 의미로 여겨진다.

독특한 색채의 향연과 주민들의 단결된 모습은 메페 카수르를 사진 촬영 명소로 만들었고,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의 이둘 아드하 관련 전통들은 종교적 축제를 넘어 각 지역의 문화적 깊이와 다양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신적 가치, 예술성, 공동체 의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들 전통은 이둘 아드하를 더욱 성스럽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문화 관광 자원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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