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 Y12 / 이예령
2025년 4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조용하지만 강경하게 한 장의 문서를 발표했다. 바로 석탄 산업에 대한 비세금국가수입(PNBP, Penerimaan Negara Bukan Pajak) 요율 인상을 담은 장관령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명확했다. “국가 재정의 안정과 자원 수익의 공정한 분배.” 그러나 실제 광산 현장과 무역 부두, 수천 명의 광부와 기업인들은 이 정책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석탄은 오랫동안 인도네시아 경제의 핵심 축이었다. 수출 1위 품목 중 하나로, 특히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며 ‘검은 금’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정부는 그동안 이 산업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었지만, 최근 국제 석탄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인해 기업들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
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석탄을 포함한 광물 자원에 대한 비세금국가수입(PNBP) 로열티율 인상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석탄 기준가격(HBA, Harga Batubara Acuan)에 따라 로열티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HBA가 톤당 90달러 이상일 경우 로열티율이 기존보다 1%포인트 올라 최대 13.5%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정책은 2025년 4월 2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광물 및 석탄 부문에서 124.5조 루피아(약 73억 6천만 달러)의 비세금국가수입(PNBP)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탄 업계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열티율 인상이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져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투자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광산업체 대표 아르만(Arman)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석탄 가격은 떨어지고, 수출량도 줄고 있어요. 그런데 정부가 오히려 부담을 늘리면, 문 닫는 회사가 더 많아질 겁니다.”
특히 중소형 광산기업들은 이 여파를 크게 받고 있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소규모 광산들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인력 감축과 생산 축소를 고민하고 있고, 이는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이는 일시적인 조정이며, 장기적으로 국가 자원의 공정한 활용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와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정책 변경이 예고 없이 단기간 내에 시행되었고,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세금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국가와 산업이 어떻게 소통하고, 미래를 어떻게 함께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정당한가의 문제 이전에, 그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했는지가 핵심이다.
석탄은 한때 국가의 부를 상징했지만, 지금은 그 무게가 산업을 짓누르고 있다. 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변화가 예측 가능하고 협의 속에서 이루어질 때, 산업도 국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검은 금이 빛을 잃지 않으려면, 그 위에 세워진 정책도 빛을 품고 있어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haninpos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