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결핵 발생률 215개국 중 111위…꾸준히 개선
한국 결핵 발생률 OECD 1위→2위…주요국 중 심각
한국서 결핵 환자는 감소 추세…고령층 비중은 증가
최근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 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라는 보도가 나오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사실 여부를 놓고 주목받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결핵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기 때문이다. 결핵은 좋게 말하면 ‘사회경제적 질병’, 나쁘게 말하면 ‘후진국 질병’으로 불린다.
실제 우리나라의 결핵 감염 실태가 정말 심각한 건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봤다.
◇ 한국 결핵 발생률 215개국 중 111위…꾸준히 개선
WHO의 최신 보고서인 ‘세계 결핵 보고서 2024’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결핵 환자는 1천80만명으로 추산됐다.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를 뜻하는 결핵 발생률은 134명이었다.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38명으로, 순위로는 215개국 가운데 111위였다.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마셜제도(692명)였고, 레소토(664명), 필리핀(643명), 미얀마(558명), 중앙아프리카공화국(540명)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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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세계 결핵 보고서 2024’에서 자료 발췌]
환자 수 기준으로 보면 인도가 전체의 26%를 차지했고, 인도네시아(10%), 중국(6.8%), 필리핀(6.8%), 파키스탄(6.3%), 나이지리아(4.6%), 방글라데시(3.5%), 콩고 민주 공화국(3.1%) 등도 많았다. 이 8개국이 전 세계 결핵 환자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 순위는 중위권으로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기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변수가 작용한 탓이 적지 않다.
결핵 환자 발생률은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였는데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증가세로 반전했다.
구체적으로 세계 결핵 발생률은 2019년 132명에서 2020년 129명으로 줄었다가 2021년 131명 2022년 134명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결핵 진단과 치료가 중단된 탓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발생률은 그 시기에도 꾸준히 감소한 덕분에 발생률 순위가 하락했다.
201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발생률 순위가 70위권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2020년 94위에서 코로나19 대유행기인 2021년에 103위로 내린 뒤 2022년 109위, 지난해 111위까지 떨어졌다.
◇ 한국 결핵 발생률 OECD 1위→2위…주요국 중 심각
선진국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회원국으로 한정하면 우리나라 결핵 발생은 심각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996년에 OECD에 가입한 이래 2021년까지 줄곧 결핵 발생률 1위였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콜롬비아에 이어 2위였다.
콜롬비아가 2020년 OECD에 가입하지만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 1위였을 것이다.
결핵 사망률은 2023년 기준 OECD 5위로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콜롬비아와 더불어 라트비아(2016년), 리투아니아(2018년)와 같이 결핵 고위험 국가가 OECD에 가입한 덕분에 순위가 밀렸다고 할 수 있다.
결핵 발생률 순위뿐 아니라 수치만 봐도 우리나라는 두드러진다.
결핵 발생률이 인구 10만명 당 38명으로 OECD 평균 9.8명의 4배나 됐다. OECD 회원국 중 29개국의 결핵 발생률이 10명 미만이었다.
미국은 3.1명에 불과했고, 독일은 4.8명, 영국은 7.6명, 프랑스는 8.3명, 일본은 9.3명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았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유달리 결핵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결핵 관리의 성과와 과제'(2015)란 논문에 따르면 노인층의 높은 잠복 결핵 유병률, 당뇨병 환자의 증가, 높은 흡연율, 결핵 고위험국(중국·몽골·파키스탄·필리핀 등) 출신 이민자의 증가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높은 잠복 결핵 감염률이 많이 거론된다. 잠복 결핵 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균이 잠복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임상적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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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의 용역보고서 ‘결핵 감염률 조사 지원 및 질 관리'(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복 결핵 감염률은 33.2%로 추정됐다. 이는 국민 3명 중 1명이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48.7%로 가장 높았고, 40대(46.1%), 60대(45.0%), 30대(36.4%), 20대(10.9%), 10대(6.5%) 순이었다.
세계 잠복 결핵 감염률은 23%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가 이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결핵 발생률은 우리나라(38명)가 세계 평균(134명)보다 훨씬 낮은데 잠재 결핵 감염률은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과거에 결핵 환자가 아주 많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생활 수준이 개선되고 보건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결핵 환자 발생 자체는 줄었지만 과거 결핵 유행기 결핵균에 노출된 인구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향후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잠재 결핵 감염자가 실제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확률은 5∼10%로 추정된다.
◇ 한국서 결핵 환자 급감…2011년의 ⅓수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결핵 감염률이 심각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과거와 비교하면 결핵 발생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질병관리청의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결핵 환자 수는 2000년대 들어 2011년 5만491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3년 1만9천540명으로 1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3년 결핵 환자는 2011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23년 결핵 환자 감소율의 경우 4.1%로, 전년도(-11.0%)보다 둔화했는데, 이는 결핵 발병 위험이 높은 고령 인구의 증가, 국내 체류 외국인의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6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결핵 환자가 전년 대비 줄었고 65세 이상에선 오히려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환자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7.9%로 전년보다 커졌다. 고령 환자 비율은 꾸준히 2021년에 51.0%로 과반을 기록한 이후에도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외국인 결핵 환자는 3.3% 늘었다. 2016년 입국 전 사전 결핵 검진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감소하다가 이번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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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발생률을 지역별로 보면 인구 10만명당 경북은 60.7명, 전남은 57.9명, 강원은 51.6명으로 높았다. 이들 지역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핵 사망자 수는 2023년 1천331명으로 전년 대비로 0.7% 증가했다.
결핵 사망자는 2014년부터 줄곧 감소세를 보였는데, 2023년에 잠시 반등했다.
결핵은 1983년부터 2020년까지 감염병 중 사망률 순위 1위였지만 2021년부터 코로나19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23년에도 감염병 사망률 1위는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는 전체 사망원인별 사망률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결핵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WHO의 ‘세계 결핵 보고서 2024’에 따르면 결핵은 2023년에 코로나19를 제치고 감염병 사망 원인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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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인도네시아에 809,000명의 전염성 결핵 환자(Aktif TBC)가 발생돼 다른 국가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세균 감염은 전염병 범주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다.
Our World In Data가 집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에 인도네시아 결핵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385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전년도인 2021년 인구 10만명당 약 339명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인도네시아 결핵 사례 추정치는 100,000명당 아프리카 182.4명과 아시아 평균 182.4명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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