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서 제외…’뜨거운 음료’ 주의를

커피가 억울한 누명을 완전히 벗게 됐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커피를 발암성을 의심할 근거가 없는 3군 발암물질로 재분류했다. 작년에는 미국의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가 적당한 양의 커피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커피를 무작정 마셔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임산부와 어린이에게 애써 커피를 권할 이유도 없다.

인류가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9세기 경 에티오피아 지역 목동이나 수도승들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커피 열매를 먹은 양들이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했다고 한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커피를 즐기게 된 것은 17세기 무렵부터였다. 오늘날 커피는 브라질·베트남·인도네시아·컬럼비아 등 열대 지역에서 한 해 900만톤이 생산된다.

커피에는 수면과 관련된 아데노신 수용체에 작용해서 각성 효과를 나타내는 카페인이 400ppm 정도 들어있다. 커피 원두에는 뜨거운 물에 잘 녹는 흰색 결정인 카페인 외에도 많은 화학성분이 들어있다.

원두를 고온으로 볶으면 그런 성분들이 탄화돼 검게 변하면서 독특한 향기를 풍긴다. 커피에 들어있는 다양한 화학성분들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커피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커피가 심혈관계 질환·자살·알츠하이머·우울증·불면증·만성피로·암 등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한 학술연구도 많았다. 커피가 방광암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도 있었다.

IARC가 1991년 커피를 2B군(인체발암가능물질)으로 분류한 것도 그런 결과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많았다. 작년 미국의 DGAC와 올해 IARC의 새로운 결론은 지금까지 발표되었던 학술논문에 대한 본격적인 메타 분석으로 얻어진 것이다. 특히 IARC의 결론은 23명의 전문가들이 500여 편의 학술논문을 정밀하게 분석해서 얻은 것이다.

방광암을 비롯한 20여 종의 암 유발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궁암과 전립선암 등의 경우에는 커피 섭취가 위험성을 줄여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IARC가 커피의 인체 발암성에 대한 평가를 변경한 것을 혼란스럽게 여길 이유는 없다. 어차피 1991년의 결론은 인체 발암성에 대한 증거가 ‘제한적’이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커피 섭취와 흡연이 방광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지난 25년 동안 이룩된 의료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흡연이 방광암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오히려 IARC의 이번 발표에서 더 주목해야 할 내용은 뜨거운 마테차에 관한 것이다. 금속 빨대로 뜨거운 마테차를 즐겨 마시는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남미 지역 주민들에게 식도암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마테차 자체는 다른 종류의 차와 마찬가지로 인체 발암성이 없는 3군으로 분류되지만 65도 이상의 온도가 문제라고 한다.

뜨거운 차를 좋아하는 중국·이란·일본·터키에서 식도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뜨거운 국물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할 정보다.

음식의 효과나 위해성을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건강에 좋은 것은 확실한데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수준의 어설픈 주장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음식의 효과나 위해성에 대한 어설픈 주관적 주장보다는 편식과 과식을 피해야 한다는 건강한 상식을 믿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게 먹으면 문제가 된다.
<글.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출처: 디지털타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