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선거자금 필요한 정치인들, 기업에 돈받고 환경 규제 완화 우려
인도네시아에서 내년에 열리는 대규모 선거가 열대우림 보전에 최대 위험 요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자카르타 포스트에 따르면 환경 운동가들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막대한 선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에 산림 벌채가 용이하도록 허용해 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비교정치인류학과 워드 베렌쇼트 교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선거 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지방에서 중앙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정치인이 천연자원 회사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렌쇼트 교수는 “자원 회사들이 산림 보호 조치를 회피하거나 우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치인들이 선거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방법”이라며 “선거 때마다 산림 보호 조치는 압박받아왔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2월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을 동시에 뽑는 대규모 선거가 예정돼 있다. 특히 대통령의 경우 2월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6월 다시 결선 투표를 치른다.
여기에다 11월에는 각 주 주지사 등을 뽑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1년 내내 선거를 치르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에서 여전히 투표 매수 행위가 만연해 있고, 선거 자금 지출에 대한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선거 때마다 엄청난 선거 자금이 뿌려지고있다는 점이다.
2017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3분의 1이 선거 때 금품을 받는 관행에 익숙하며 투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또 2013년 500명의 정치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거에 승리한 지역 단체장 후보는 평균 150만 달러(약 20억원), 주지사는 평균 1천만 달러(약 134억원)를 선거 운동 자금으로 사용했다.
영국의 산림 보호 단체 ‘산림인민프로그램'(FPP)의 마커스 콜체스터 수석 정책 고문은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이 기업에 자금을 의존하기 때문에 환경 규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면책 특권과 정경유착이 사회 정의와 환경 보호를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열대우림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광산 개발이나 신도시 건설, 다른 농작물 재배 등을 위해 열대 우림을 파괴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원시림 개간을 영구적으로 막는 등 나름 강력한 정책으로 삼림 벌채를 막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비영리 환경연구기관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4번째로 넓은 열대우림을 잃은 나라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