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겨울

체온이 몇 도쯤 내려앉았을까
하늘은 오래도록 재를 뒤집어쓴 채
겨울을 흘려보내고, 목을 긁어대던 기침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만 허투루 토해낸다
불안한 눈길 머무는 곳마다
아슬하게 흔들리던 봉우리,
컥, 컥—
끝내 삼키지 못한 신음만 검은 하늘 아래 쌓여간다
두려움은 먼저 식어 우리 사이에 서리로 내리고
남아 있던 온기는 불씨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천천히
사라진다.
어쩌면 알고 있었을 테지.
불이 지나간 자리엔
언젠가 겨울이 온다는 것을
그런데도 왜 나는 자꾸 남은 온기를 헤아렸을까.
가장 뜨거웠던 것이
가장 차갑게 식어가는 계절,
우리는 그렇게 화산 겨울로
뜨겁게 식어간다.

<시 읽기>

자바와 수마트라 사이의 좁은 순다해협, 사이에 놓인 화산, 크라타카우(kerakatau). 화산이놓인 자리에 또 새롭게 생긴 화산, 사람들의 ‘크라타카우의 자식’이라 불렀다. 그 화산이 지난주 분화를 시작했다. “불안한 눈길 머무는 곳마다/ 아슬하게 흔들리던 봉우리”에 시인은 불안한 삶의 관계성를 오버랩 시킨다. 우리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는 듯 “남아 있던 온기는불씨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천천히” 사라진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삶의 불씨를 심어둔다. 그래서 우리는 “뜨겁게 식어”가는 것이다. 글: 김주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