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세계 최초 ‘그록(Grok) AI’ 접속 차단… “딥페이크 악용 막겠다”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기업 Grok AI X

디지털통신부 장관 “여성·아동 보호 위한 불가피한 조치” 전문가들 “글로벌 빅테크에 경종 울린 사례” 지지

인도네시아 정부가 엘론 머스크의 x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그록(Grok)’에 대한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등 AI 기술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이번 조치는 전 세계 국가 중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12일 인도네시아 디지털통신부(Kemkomdigi)에 따르면, 정부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플랫폼 내에서 구동되는 그록 AI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공식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번 결정은 그록의 이미지 생성 기술이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기반의 가짜 음란물을 제작·유포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무티아 하피드(Meutya Hafid) 디지털통신부 장관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디지털 공간이 강력한 규제 없이 무분별하게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무티아 장관은 “AI 기술로 생성된 가짜 음란물은 인권과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특히 여성과 아동에게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주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그록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차단 조치의 법적 근거는 ‘민간 부문 전자 시스템 운영자에 관한 통신정보부 규정 2020년 제5호’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내에서 운영되는 디지털 플랫폼은 현지 법률이 금지하는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단순한 차단을 넘어 플랫폼 운영사인 X 측에 즉각적인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무티아 장관은 “운영자가 제출하는 구체적인 개선 약속과 이행 여부에 따라 향후 서비스 재개 여부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보안 전문가들은 정부의 선제적 조치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백신콤(Vaksincom)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 알폰스 타누자야(Alfons Tanujaya)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이익 추구에만 몰두해 안전장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각국의 도덕적 기준과 가치는 다르며, 글로벌 플랫폼이 전 세계에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즉각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과 AFP 등 주요 외신들은 인도네시아가 AI 생성 음란물의 위험성을 이유로 머스크의 챗봇을 차단한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고 긴급 보도했다. 특히 외신들은 간단한 텍스트 명령어만으로 성적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그록의 기능적 허점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의 이번 결정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생성형 AI 기술 규제와 관련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개별 국가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향후 다른 국가들의 정책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Tya Pramadani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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