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누에고치

밤새도록
물러나지는 않는 어둠에
흥건히 젖어
꼬물꼬물 시간을 감는다

걷어 낸 장막도
밀어낸 문도 없는
단단한 밤

촘촘한 빛으로 살 오른
초록 잎새의 변신
긴 숨 뱉으며 가는 길
동그랗다

고단함으로 웅크린 시간
풋풋한 명주실 잦을 때
슬며시 깨어나
비단 자락에 지난 시름
펼친다

 

시작 노트:

누에고치를 두고 마치 ‘시란 이런 것이다’라는 듯, 풀어내고 있다. 누에고치 안에서의 긴 시간, 날아오르기 위해 “꼬물꼬물 시간을 감는” 고치는 어느새 풋풋한 명주실을 우리에게 남겼다. 준비와 인고의 시간 없이 쉬 이뤄지는 결과가 없듯이 초록의 잎새를 비단 명주실로 변화시키는 삶을 시인은 “동그랗다”고 일갈한다. 우리도 언제 즈음 저리 둥글고 유해질 수 있을까? 글: 김주명(시인)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BCA 0657099868 CHONG SUN * 한국 계좌번호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