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1kg 아동 사망에 드리운 국회 특권 논란, 국민 분노 확산

수카부미 4세 아동, 의료 사각지대 속 기생충 감염으로 숨져…사회 안전망 부재 질타
국회, 월 5천만 루피아 주택 수당 “합리적” 발언에 여론 악화…예산 우선순위 비판 거세져

서부자와주 수카부미에서 네 살배기 아동이 의료 행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기생충 감염으로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인도네시아 사회 전체에 깊은 슬픔과 함께 거대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고(故) 라야 양의 작은 몸속에서 1kg에 달하는 기생충이 발견되었다는 참혹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비통한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국회의원들이 매월 지급받는 5천만 루피아의 주택 수당이 “합리적”이라는 국회 측의 발언이 나오면서, 국가의 역할과 예산의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와 행정 장벽에 가로막힌 작은 생명

지난 7월 22일, 수카부미 R. 샴수딘 SH 병원에서 네 살의 라야 양이 급성 기생충 감염증으로 끝내 숨을 거두었다. 의료진에 따르면, 라야의 뇌와 소화기관을 비롯한 전신에서 1kg이 넘는 다량의 회충(Ascaris lumbricoides)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라야는 정신질환(ODGJ)을 앓고 있는 부모 슬하에서 출생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 등 어떠한 공적 서류도 없이 닭장 옆에 붙은 비좁은 오두막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극도로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은 아이가 기생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시민사회단체 ‘루마 테두(Rumah Teduh)’의 자원봉사자들이 만성 기침과 의식 저하 등 심각한 증세를 보이던 라야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치료 과정은 험난했다. 신분 증명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의 보편적 건강보험(BPJS)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원봉사단은 7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회복지과와 보건과 등 관계 부처의 문을 두드렸으나, 관련 부서들은 예산 부족과 행정 협약 미비 등을 이유로 책임을 전가하며 사실상 지원을 거부했다.

결국 라야의 치료비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고, 총 2,300만 루피아에 달하는 병원비 중 병원 측의 배려로 감면된 금액을 제외한 1,100만 루피아가 자원봉사단의 몫으로 남겨졌다. 한 아이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 속에서 국가의 사회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지점이다.

국민적 슬픔에 기름 부은 국회의원의 ‘특권’

라야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공공 의료 시스템의 허점과 빈곤층 문제에 대한 사회적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회의원의 과도한 수당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디에스 카디르 국회부의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회의원에게 매월 지급되는 5천만 루피아의 주택 수당에 대해 “자카르타의 높은 주택 임대료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과거 제공되던 관사를 대체하는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이 발언은 라야의 비극에 슬퍼하던 국민들의 감정에 불을 지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RayaHarusnyaDiselamatkan (라야는구해졌어야했다)’, ‘#DPRMakeSense(국회는합리적)’와 같은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하며 국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한 시민은 “한 아이가 기본적인 구충제조차 없어 기생충에 몸을 잠식당해 죽어가는 동안,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는 치료비 지원을 외면하고 국민의 대표는 자신의 호화 수당이 당연하다고 말한다”며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엇갈린 우선순위, “근본적 시스템 개혁 시급”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정책 우선순위의 심각한 왜곡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도네시아 대학교의 야누아르 누그로호 공공정책 전문가는 “가장 취약한 아동이 최소한의 보건 혜택도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극과 국민의 대표가 수천만 루피아의 수당을 받는 현실이 공존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시스템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초 보건 및 아동 보호 분야에 대한 예산 배분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예방적 공중 보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성명을 통해 국회가 특권적인 수당 정책을 즉각 재고하고, 해당 예산을 전 국민,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건 및 복지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라야의 비극은 단순히 한 개인의 불행한 질병 사망 사건을 넘어, 국가 시스템의 공감 능력 부재와 정책 결정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사회적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국민들은 이제 국가가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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