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이야기(10) 개미와 인간 누가 더 잘 소통?

허 달 (許 達) 1943 년생 서울 출생, 서울고, 서울공대 화공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SK 부사장,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사회적 거리 두기. 많은 사람들이 생소한 이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우한에서 비롯된 코로나 바이러스19 때문일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이해관계에 과도히 얽혀 있어 소원(疎遠)하던 요즘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결정적 타격이 되지 않나 싶었는데,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이 오히려 가족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도 있고, 관계가 무엇인가, 연결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된 점도 있다고 하니 세상 만사가 다 받아들이기 나름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필자는 코칭 강의의 첫 순서로서 Ice-breaking 삼아 자주 연결 실험을 한다. 참가자 각자에게 옆의 사람과 짝을 짓게 하고 대화 게임을 하게 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이의 순서를 정하고 먼저 지난 주에 있었던 기쁜 일, 또는 뜻 깊은 일 한 가지를 상대방과 공유하게 한다. 듣는 이에 대한 주문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잘 듣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해주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일에 기쁨을 느끼신다니 당신은 참 ______________ 마음을 가진 분이시군요.”

말하는 이의 기쁨 내용에 따라, 당신은 참 ‘가정적’이라든지, ‘다정다감’하다든지, ‘열려 있다’든지 그 가치에 합당한 말로 감탄해 주는 것이 요령이다.

이어 말하는 이, 듣는 이를 바꿔 한 차례 더 실시한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내용에 대하여 이와 같이 자기의 우호적 평가를 말하는 행위를 코칭의 전문용어로는 ‘Valuing’이라고 하는데, Valuing 을 잘 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말 내용을 잘 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감적 경청과 Valuing’ 이 결합된 중요한 인간관계 ‘연결’의 핵심 도구이다.

강의장 내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강의 시작할 때의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가시고 밝고 따듯하면서도 에너지가 고양된 분위기가 감돈다. 적어도 옆 사람과는 기쁜 일을 공유하고 또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넉넉히 있으면 파트너를 바꾸어 가면서 이 대화 게임을 몇 차례 더 실시하는 수도 있다. 연결이 모두에게 확산되어 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고, 이후 워크숍의 소통도 원활하게 전개된다.

그날의 강의 주제가 ‘연결’이라면, 워크숍에서는 아래와 같이 진행하기도 한다.

‘사랑’이든 ‘평화’든 아주 모두에게 잘 알려진 보편적인 단어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는 각기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을 만들어, 팀 구성원들에게 그 단어로부터 연상되는 다른 단어를 각기 열 개씩 쓰게 한다. 그 다음 구성원 다섯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자기가 쓴 단어들을 맞추어 보게 한다.

다섯 명이 다 함께 공유하는 정확한 단어는 몇 개나 될까? 게임을 하기 전에 추측하도록 해 보면 적어도 열 개 중 3~4개는 공유하는 단어가 생겨날 것으로 모두들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게임을 치러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아주 드물게 하나쯤의 단어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다섯 명이 모두 공유하는 단어는 열 개 중 하나도 없는 것이 통상의 경우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같은 단어를 놓고 각기 다른 연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궁극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는 언어 수단을 사용하여 벌이는 사람 간의 연결 시도는 과연 얼마나 완벽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신神’, ‘죽음’이라는 제목 등의 연작 소설을 발표하여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실제로 뛰어난 개미 연구가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 ‘개미’를 읽어보면 재미 있는 구절이 눈에 뜨인다. 개미는 완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생물이라는 것이다.
‘신神’, ‘죽음’이라는 제목 등의 연작 소설을 발표하여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실제로 뛰어난 개미 연구가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 ‘개미’를 읽어보면 재미 있는 구절이 눈에 뜨인다. 개미는 완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생물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연결과 시너지, 즉 집단 창의력의 발휘를 저해하는 중요한 장애요소로서 이기심과 불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음을 지적한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믿는다면 개미는 연결에 의한 시너지를 이루는데 인류보다 우수한 지구 상의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필자가 강의 시에 사용하던 우화(寓話) 한 토막을 아래에 소개한다.

지금으로부터 몇 세기 또는 밀레니엄이 지난 뒤에 지구 밖에 사는 인류보다 더 발달한 문명을 가진 존재(ET?)가 마침내 지구를 공식 방문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그런데 그게 간단치 않더라는 것이다. 지구의 대표로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에 논란이 생겼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그야 당연히 만물의 영장인 우리가 대표지” 하고 거들먹거렸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를 방문한 이 문명한 존재들은 개미를 지구의 대표로 삼아 회견을 하고는 인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떠나려는 참이었다는 것이다.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받은 인류가 어찌어찌 탄원을 해서 이들을 만나 항의했다고 한다. “어째서 당신들은 지구상의 가장 문명한 존재인 인류를 젖혀 놓고 개미를 대표로 만났느냐?”고. 이들 우주적 존재의 대답을 들어 보자.

“내가 일러 주리라

첫째 연고권면에서 개미가 수승(殊勝) 하니라. 개미는 이 지구 상에 몇 억년 이상을 거주해 왔거니와 너희는 겨우 3백만 년이 고작 아니더냐?

둘째 문명의 발전 단계를 참고함이니라. 너희 인간은 이제 겨우 유전자 조작의 문턱에 들어와 있으면서, 다음 밀레니엄에는 어쩌면 유전자 조작을 받아들인 인류와 이를 거부한 인류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느니어쩌느니 운위하는 초보적 단계 아니더냐? 개미를 보아라. 그들은 유전자 조작의 역사가 1억 년에 이르러 그 행위가 이미 자연이 되었거니와 일개미, 병정개미, 수개미, 여왕개미, 심지어는 유모개미, 영양저장개미까지 필요한 개미의 종류와 수를 필요한 시기에 만들어 내지 아니하냐? 너희들이 고작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어 이제 해놓은 일이 무엇이냐? 자연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문명이 너희 생각에 과연 어떠하냐? 한 십만 년은 갈 것 같더냐, 아니면 만년 남짓이면 그만 도태되고 말 것 같더냐?

셋째 너희들은 언어와 문자 있음을 자랑하여, ‘우리가 의사소통의 능력 있으니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로다’ 하지만, 너희들 중 누군가가 조사한 바를 내가 인용하리로다. 너희가 말로 하는 의사소통이 7%를 넘지 못하며, 아직 손짓 발짓으로 하는 의사소통이 55%를 넘는다는 통계를 내가 보았거니와, 개미를 보라.

개미는 일상(日常)에는 페로몬이라일컫는 화학 물질을 사용하여 의사소통 하지만 너희와는 달리, 필요한 때에는 더듬이를 마주 대어 붙이고 연결하여, 한 개미가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한 모든 정보를 다른 개미에게 100% 넘겨 주는 의사소통 방법을 개발, 사용 하나니, 너희와 개미 중 누가 더 발전된 의사소통을 한다 하겠느냐?”

인간상호작용의 9 가지 지배원칙이라는 것을 잘 정리해 놓은 코칭 핸드북에 보면 ‘사람들은 연결을 통해 성장한다’는 원칙이 나온다.

코치는 공감적, 맥락적 경청을 통하여 고객이 사용하는 언어를 주의 깊게 살피고, 그 고객의 언어를 도구로 사용하여 그와 에너지 흐름으로 연결된다. 이로써 고객이 자기 안에 있는 자신과 연결하여 자신감을 확보하는 것을 돕고, 그가 또한 다른 사람과 연결하여 시너지에 의한 성장잠재력을 만들어 내도록 도우며, 주위 상황과 연결되어 주변 사물에 대한 의식이 향상되고 진정한 자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비드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갇혀 앙앙불락하기를 지양(止揚)하고, 인간관계 연결의 의미를 반추(反芻)해 보았다.

코칭 관계의 ‘첫 단추 끼우기’도 고객에 대한 공감적 경청과 Valuing 으로 연결하여 시행한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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