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월

어제는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에
침몰하듯 떠나가는
겨울의 뒤 끝을 보았다

벌거벗은 나목의 살을 뚫고
솟아나는 꽃망울

아지랑이 그을린 뿌연 하늘에
꽃 보라 흩날리는 설레임

시주 떠나는 고승의
외로움이 이보다 처절할까

황금 베개 꿈을 꾸며
몽환으로 저리는 오후

변성기에 트이는
새들의 목소리

사월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그대들의 목소리

 

시작 노트:

봄은 언제 시작할까? 절기상으로는 2월, 입춘이 봄의 문을 연다고는 하지만 막상 봄은 멀게 느껴진다. 지난 주간 고국에는 며칠째 봄비가 내렸다고 한다. 4월이 문학작품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누구라도 ‘침몰하듯 떠나가는/겨울의 뒤 끝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처럼 우리 삶에도 시리고 아린 구석들이 있다면, 이제는 사월처럼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하지 않겠는가? 김주명(시인)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한국 인도네시아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