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7년 만에 OPEC (석유수출국기구) 복귀

지난 2008년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떠났던 인도네시아가 7년 만에 다시 OPEC 회원국으로 복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월 8일(현지시간) OPEC은 성명을 통해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장관이 12월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석유장관회의에 초대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OPEC 화원국은 13개국으로 늘게 되었다.
1962년 OPEC 가입으로 회원국이 된 이래 47년간 원유 순수출국으로 OPEC 회원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2004년 4월부터 석유 순수입국으로 지위가 바뀌었고, 2008년 5월 OPEC 회원국 자격을 포기했었다. 석유 수출국 협의체인 OPEC의 정책과 결정이 석유를 수입해야만 하는 자국의 이익을 해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인도네시아의 확인된 석유 매장량은 2007년 말 기준 약 43.7억 배럴로 1996년 연평균 1일 석유 생산량 약 160만 배럴/일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7년에는 96.9만 배럴/일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2008년 10월에는 85.1만 배럴/일로 더욱 감소하였다. Business Monitor의 산업 전망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인도네시아의 석유 매장량은 탐사와 투자를 확대하여 새로운 원유 공급원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2020년경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인도네시아의 석유 생산량 감소는 매장량 고갈뿐만 아니라 정부의 모호한 규제로 인한 재투자 부족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2004년 4월 석유 순수입국이 되었으며, 이후 몇 년 간 석유 생산량이 OPEC의 생산량 쿼터를 밑돌다가 2008년 5월 OPEC 회원국 자격을 포기하게 되었다. 영국 BP 통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2014년도 원유생산은 하루 85만 2천 배럴로, 세계 점유율 약 1%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5월 산유국들과 협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재가입 추진 의사를 밝혔고, 이런 의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자국이 석유 순수입 국가이지만 석유 구매자로서 시장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OPEC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이유로 인도네시아는 올해 들어 OPEC에 옵서버로 참가하고 정회원으로 복귀를 모색해왔다. 또, 최근 수년간 노후화된 유전의 생산 확대와 개발을 위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지난 7월 하루 원유생산량은 84만 배럴이었으며, 원유 수출량은 하루 20만 배럴, 수입량은 30만 배럴의 실적을 보였다. OPEC은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 가량을 생산하고 있고, 인도네시아의 재가입으로 하루 산유량은 3천300만 배럴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OPEC의 공식 산유량 목표치 3천만 배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OPEC은 그 동안 유가 하락 때 산유량을 줄여 가격을 끌어 올려 왔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유가가 60%나 떨어졌음에도 OPEC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자 산유량을 오히려 늘리면서 원유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현재의 상황은 저유가, 과잉생산 등 OPEC에 불리한 상황임에도 인도네시아가 OPEC에 재 가입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석유 순수입 국가이지만 석유 구매자로서 시장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OPEC에 가입하기로 했다”는 이유는 어느 면으로 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2014년도 원유생산은 하루 85만 2천 배럴로, 세계 점유율 약 1% 밖에 미치지 못하는 인도네시아가 생산자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OPEC에 재 가입한다는 설명 또한 궁색하다.

인도네시아가 OPEC에 재 가입하는 속내를 유추해 내기 위해서는 원유 생산국 중 인도네시아와 유사한 처지 또는 인도네시아 원유 생산량 확대의 신호로 읽힐만한 긍정적 요인을 찾아 봄으로써 인도네시아의 노림수 풀이가 가능하다.

인도네시아의 복귀가 향후 유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OPEC의 다른 회원국들이 원유 수출국으로서 고유가일 때 혜택을 보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원유 수입국으로 반대 입장에서 유가 하락을 유도하는 의견을 OPEC 내에서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WSJ도 향후 OPEC의 의사결정에 인도네시아의 재가입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OPEC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원유 생상량과 석유 수입량 점유율에 비추어 볼 때 의문이 든다.

지난 8월 중국 측이 자국 은행업계가 인도네시아의 전력, 철도, 제련 등 주요산업 투자지원을 위해 총 5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것이라고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부 측에 전한바 있다. 중국 국가개발은행은 인도네시아 전력공사에 대한 100억 달러의 투자를 포함해 향후 총 3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예정이며 중국 공상은행도 200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부터 남중국해 연안국들은 해저에 매장된 70억 배럴에 달하는 원유 매장량을 두고 인도-베트남,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국가간 컨소시엄으로 유전 개발을 추진하려다 중국의 강한 반발로 인해 개발이 무산되었다.

최근 중국의 ‘해상실크로드’와 인도네시아의 ‘해상고속도로’ 계획이 양국간 이익에 부합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가 예고된 상황에서, 양국이 남중국해 유전 공동 개발과 분쟁 해소라는 일거양득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주변국들의 반대를 무마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개발에 난관은 예상되지만 중국이 언젠가는 자본력과 외교력의 우위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남중국해 유전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이 인도네시아 노후 유전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면 인도네시아는 거절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2014년 3월 중국이 벨기에를 통해 1천 9백 3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 우회 매입 의혹을 샀었고, 인도네시아 최대 투자국인 싱가포르의 투자 자금도 싱가포르 화교를 통한 중국의 우회 투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팽배한 점에 미루어 볼 때, 중국의 막후 투자 제안에 의한 안정적 해상수송로 확보와 유사 시 중동보다 거리가 가까운 남중국해 유전개발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란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중국의 막후 투자 제안 가능성을 무시해 버리기엔 찜찜하다. <한인포스트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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