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건강한 상태”…인니 당국, 반군과 석방 합의
인도네시아 동쪽 끝 파푸아 지역 무장 반군에 납치됐던 뉴질랜드인 항공기 조종사가 19개월 만에 풀려났다.
21일 CNN 인도네시아와 라디오 뉴질랜드(RNZ)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군은 이날 오전 파푸아 은두가 지역 한 마을에서 반군에 납치됐던 뉴질랜드인 조종사 필립 메르텐스가 풀려났다며 인도네시아 보안군 조직 카르텐즈 평화 태스크포스(TF)가 그를 데려왔다고 밝혔다.
TF 대변인인 바유 수세노는 “우리는 메르텐스를 안전하게 데려왔다”며 그가 현재 건강한 상태지만 추가 건강 검진을 위해 인근 마을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메르텐스의 석방 소식에 뉴질랜드 외무부 장관 윈스턴 피터스는 “메르텐스가 592일 만에 석방됐다”며 “메르텐스는 안전하고 건강하며 가족과 대화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르텐스의 석방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 정부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협력했다고 덧붙였다.
메르텐스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출신으로 조종사가 된 뒤 가족들과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물며 인도네시아 항공사 수시에어의 경비행기 조종사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2월 7일 파푸아 은두가 지역 개발을 위한 물자를 싣고 파로 산악 공항에 착륙했다가 이 지역에서 무장 투쟁을 벌이는 서파푸아 민족해방군(TPNPB)에 납치됐다.
이들은 메르텐스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공개하며 인도네시아가 파푸아 독립을 인정하고 식민지에서 해방해야만 메르텐스를 석방하겠다고 요구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메르텐스를 구하기 위해 군을 동원, TPNPB를 습격하기도 했으며, 뉴질랜드 당국은 파푸아 지역 사회를 통해 반군과 석방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상황이 해결되지 않다가 최근 TPNPB와 인도네시아 당국이 메르텐스 석방 조건에 합의하면서 석방이 이뤄졌다.
석방 조건에는 인도네시아군이 메르텐스가 풀려나는 동안 반군 공격을 멈추고, 메르텐스에게 납치됐던 기간 ‘느낀 점’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방안이 들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는 뉴기니섬 서쪽 지역으로 독립국인 동쪽 파푸아 뉴기니와 달리 인도네시아령이다. 파푸아는 1961년 네덜란드에서 서뉴기니로 독립을 선포했지만, 인도네시아군에 의해 강제 점령됐고, 1969년 주민투표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편입됐다.
하지만 파푸아 독립운동가들은 이 투표가 조작됐다며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TPNPB는 무장 반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치부.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