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보고서…작년 中 FDI 330억달러, 2년새 ’10분의 1’로 축소
“美 대중 투자 제한, 기업 리스크 관리로 탈중국 강화 전망”
미국 등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기조와 중국 당국의 반간첩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투자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여전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외국자본의 ‘탈(脫)중국’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중국 당국이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의지를 밝히고, 미국이 금리 인상에서 동결 기조로 선회하면서 투자금 이탈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대(對)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 하락세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중국 외환관리국(SAFE)은 지난해 중국에 대한 FDI 금액이 330억달러(약 44조원)로 전년(1천802억달러·약 240조원) 대비 82%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FDI 규모는 2년 전인 2021년(3천441억달러·약 458조원)과 비교하면 9.6%에 불과한 것으로, 2년 사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중국 상무부 통계로는 작년 한 해 FDI가 1조1천339억위안(약 21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외환관리국 통계는 역외시장 상장액, 벤처캐피털 및 사모펀드 투자액, 재투자 금액을 포함하고 있어 상무부 통계보다 높은 수치를 이어왔으나, 2022년부터 수치가 역전됐다.
보고서는 “작년 외환관리국 통계가 더 낮은 수치를 보인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두 기관의 통계 차이가 1천300억달러에 육박해 중국에서 투자금이 빠른 속도로 회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대중국 FDI 감소 요인으로 가장 먼저 지정학적 갈등을 꼽았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는 등 대중국 디리스킹 정책을 추진해 글로벌 기업의 중국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된 무역법 301조에 의한 관세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IRA 및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통한 차별 조치로 중국 내 경제활동에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국 투자 제한 행정명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2020년 중국과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으나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오히려 중국 투자 제한을 검토하는 등 분위기가 급랭했다.
일본 역시 팬데믹 당시 중국발 공급망 차질로 어려움을 겪은 뒤 공급망 설비를 국내로 이전하거나 아세안 국가로 다원화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탈중국’ 정책을 쓰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의 외국 기업 규제 강화 조치도 투자 회수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중국은 반간첩법 개정과 대외관계법 제정 등을 통해 중국의 국익이 반하는 행위를 광범위하고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검열과 단속을 강화하면서 미국계 로펌 덴튼스가 중국 사업을 철수하고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중국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탈중국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와 주요국보다 낮은 금리 수준도 자본의 탈중국 촉진제가 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2%로 ‘5% 선’은 고수했지만, 여전히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 올해부터는 5%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이전 경제성장률이 10%를 넘나들고, 2010년 이후에도 7% 내외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중국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2020년 주요국 금리는 ‘0%대’로, 4%대인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었으나 주요국이 물가 상승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사이 중국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해 작년 말 미국과 EU의 금리는 각각 5.375%, 4.5%까지 상승했지만, 중국은 3.45%까지 내려 역전 폭이 확대됐다.
향후 중국에서 외국자본 이탈이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 보고서는 몇 가지 전망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먼저 미국이 행정명령에 이어 중국으로의 투자 제한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중국 투자 기업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파트너국에 중국 투자 제한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면서 탈중국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런 정책 환경 속에 글로벌 기업들도 공급망 다변화 및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탈중국 행보를 강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미중 경제위원회가 중국 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중국 투자를 축소하거나 중단한 기업은 2018년 8%에서 지난해 34%로 급증했다. 주중 EU 상공회의소의 중국 내 EU 기업 대상 설문에서는 중국을 상위 3순위 투자처로 꼽는 비중이 2022년 68%에서 지난해 55%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다만 글로벌 기업에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으로, 완전한 탈중국 전략은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이 최근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한 제도 개편 의지를 보여 중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중국 내 투자 여건이 개선되면서 투자 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금리 기조가 인상에서 동결로 전환되면서 미중 간 금리차가 개선돼 외국인 투자자금의 중국 이탈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 중동 국가의 대중국 투자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오일머니의 중국 FDI 유입이 확대되면서 중동 국가가 중국 FDI의 새로운 원천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미중 간 디리스킹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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