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수출 감소로 경제 성장 둔화

동남아 주요국들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보다 떨어졌다. 이는 중국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고물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20일 발표된 태국의 2023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물가 변동을 제외한 실질 성장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2분기에 1.8% 증가에서 감속해 로이터 통신이 예상한 시장 예측치인 2.4% 증가를 훨씬 밑돌았다.

미국 시티그룹은 태국의 GDP가 “기대치에 미달했다”라며 2023년 성장률 전망을 3.2%에서 2.6%로 낮췄다.

인도네시아의 2023년 3분기 GDP 성장률은 4.9%로 8분기 만에 5% 아래로 내려갔다. 베트남도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로 정부가 설정한 2023년 연중 성장률 목표(6.0~6.5%)에 도달하지 못했다.

필리핀은 5.9% 증가로 2분기(4.3% 증가)보다 증가했으나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수출 부문 증가는 기대 이하였다.

2023년 전체 성장률도 2022년에 비해 감속이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2023년 성장률이 2022년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20일자 리포트에서 역내 주요 5개국의 2023년 성장률이 2022년 5.6%에서 3.6%로 감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감속의 주된 원인은 수출의 부진이다. 태국에서는 7월까지 수출액이 10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말레이시아의 10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4% 감소하고 8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됐다. 주력 제품인 전기·전자 제품이 저조한 가운데 석유제품과 고무제품 수출도 감소했다. 수출은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베트남도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과 전자기기 수출이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태국에서는 주력산업인 관광 부진도 두드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전까지 국가·지역별로 최다였던 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이 둔해 음식과 숙박 등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이 아직 흔들리고 있다.
경기 감속을 받아 각국은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태국 세터 총리는 11월 10일 월수입 7만바트(약 1988달러) 미만에다 은행예금 50만바트(약 1만 4200달러) 미만인 16세 이상을 대상(인구의 70%에 해당하는 약 5000만명)에게 1인당 1만바트(약 284달러)를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통화로 나눠준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2022년 10월부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인 ‘바트페이(BaathPay)’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2023년 7월부터 부가가치세 세율을 기존 10%에서 8%로 낮췄다. 12월 31일까지의 한시적 조치지만, 경기 동향에 따라 2024년 이후에도 연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재정출동과 감세 조치는 통화 가치 하락과 물가 인상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재정 지출은 일시적 부양 효과는 있지만, 역내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물가 인상과 통화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중앙은행은 10월 긴급 금리 인상을 실시했고, 인도네시아 중은도 같은 달 9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민의 불만으로 연결되고,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경기 둔화의 우려를 야기한다.

동남아 주요 국가들은 경기 안정을 위해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오히려 유동성 증가에 따른 물가 인상과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하고, 다시 금리를 인상해 경기가 둔화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다만, 다행인 것은 4분기에 수출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점이다. 특히, 2024년 경제가 올해보다 개선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동남아 경제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SBC는 11월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6개국(ASEAN-6)’ 총성장률이 올해 4%에서 2024년 4.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GlobalEcono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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