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매체 보도…”세계 경제 침체·미중 무역전쟁에 수익성 악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총생산(GDP) 1조위안(약 182조원)을 넘어섰던 중국 남부 광둥성 둥관(東莞)시가 해외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침체에 빠졌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26일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둥관의 GDP는 5천262억위안(약 97조원)으로 전년 대비 1.5%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전국 평균 GDP 성장률 5.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연합조보는 3분기까지로 넓혀보더라도 둥관의 성장률이 2%에 그쳐 광둥성 ‘꼴찌’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2021년만 해도 둥관의 GDP는 1조855억위안(약 200조원)으로 연간 성장률이 8.2%에 달했고, 이는 광둥성에서 광저우·선전·포산에 이어 4위의 성장세였다. 전국에서 15번째로 GDP 1조위안과 인구 1천만을 동시에 달성한 도시로 각광받기도 했다.
개혁·개방 이후 1980년대부터 노동집약적 의류·전자 제조업이 발달했고 세계 유수의 브랜드 제품이 이곳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마크를 달고 생산됐다.
덕분에 중국 국내 이주노동자(농민공·農民工)가 대거 유입됐으며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면서 임대료도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연합조보는 “이런 전성기는 일단락된 것 같다”며 “글로벌 경제 침체와 국내외 수요 약세,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 전쟁으로 둥관에 있던 수출기업들의 주문량과 매출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둥관시의 대외무역 의존도는 128%였다. 수출입 총액이 GDP의 128%에 이를 정도로 국제 경제에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의미다.
유럽과 미국 자동차기업 등을 대상으로 수출해온 제조업자 장웨이룬은 “올해 주문량이 전년보다 30% 줄었고, 가격 문의를 하는 기업도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부품 가공·제조업체인 잉페이전자의 사정도 좋지 않다. 유럽과 미국 고객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데 올해 들어 매출이 반으로 꺾였다는 것이다.
연합조보는 일부 업체가 시장가격을 20% 낮추는 등 경쟁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더 나빠지고 있으며, 32년 역사의 금속 공장이 지난달 손실을 못 이겨 폐업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제조시장이 이동하는 추세도 둥관에 있는 업체들로선 부담이다.
2018년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제조업체들이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라인을 이전하고 있다.
장웨이룬 대표는 “수많은 미국의 잠재 고객들이 공장이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높은 관세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며 “미국 고객이 10곳에서 3곳으로 줄었고, 지난 2년 동안은 새 미국 고객을 한 곳도 유치하지 못했다”고 했다.
제조업이 힘들어지면 도시 전반에 악영향이 파급될 수밖에 없다.
둥관 스제진(鎭·시보다 작은 규모의 행정구역)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단기 숙소를 제공해온 업주 뤼모씨는 20여개 방 중 올해 들어선 3분의 2가 비어있다며 “예전엔 나와 남편 둘이서 운영하기에도 바빴는데, 요즘은 장사가 안돼 남편은 밖에서 임시 일자리를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조보는 전했다. (연합뉴스 협약)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