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용 광물값 급락에 미 전기차 속도전 ‘급제동’ 우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지역의 니켈광산

中회복 부진·전기차 수요 둔화…리튬 60%↓, 니켈 30%↓
광산업체들, 사업 중단·연기…”수년 후 공급부족 우려”

주요 리튬 생산업체인 미국의 리벤트(Livent)는 최근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과 함께 공사 중 문제에 직면한 아르헨티나 프로젝트의 확장도 연기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앨버말(Albemarle) 또한 광산 회사들로서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동기가 마땅히 없다며, 2020년대 말까지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처럼 세계 주요 광물 생산업체들이 잇따라 신규 프로젝트와 확장 계획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과 코발트, 기타 금속들의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바이든의 전기차 추진이 과속 방지턱에 부딪혔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계획이 예상치 못한 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향후 수년간 이들 금속의 부족이 심화하고, 덩달아 휘발유 차 사용을 중단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리튬을 포함한 전기차 배터리 원료 가격은 올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리튬은 60% 이상 하락했으며, 니켈과 흑연, 코발트는 약 30% 내린 것으로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이하 벤치마크)는 전하고 있다.

이런 하락의 가장 큰 이유로는 세계 최대 소비처인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대 이하의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 꼽힌다.

또 전기차 수요 둔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의 절반이 전기차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고, 시장분석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기차는 미국 자동차 판매의 8%를 차지한 수준이다.

현재로는 리튬 수급이 상대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지만, 벤치마크 측의 추정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2030년까지 리튬 수요는 310만 톤으로 3배 이상으로 늘면서, 공급을 거의 40만 톤 초과하리라는 것이다.

코발트와 니켈 또한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니켈 생산업체 ‘니켈 28’의 앤서니 밀레스키 최고경영자(CEO)는 “현 상황은 광산이 개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소 위험하다”며 “우리는 지금 이들 광산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WSJ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야심 찬 전기차 전환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이들 금속 가격이 낙관적인 전망 속에 치솟던 때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광물 발견에서 생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광산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원료 부족이 발생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로서는 부족한 공급량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기존 광산 프로젝트는 이미 지역 주민의 반대, 환경 문제,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진척에 난항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큰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필연적으로 수요가 늘어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최근 배터리 및 관련 원자재 생산을 늘리기 위해 지원을 늘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밀레스키 CEO는 가격 급락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의 또 다른 단계를 촉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전기차 값을 더 낮춰 소비자들이 더 찾게 하고, 덩달아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원자재 가격을 다시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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