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 밤

김준규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회장)

여름이 떠나는 뒤뜰에서
낙엽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구름에 부대낀 어스름 달빛이
저녁 창가에 서성이고
소슬한 바람이 강둑을 건너간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일상의 바다
엉클어진 고뇌의 깊이를
가을의 골짜기에 가늠할까

햇볕 따갑던 여름의 끝에서
아우성치던 산 매미
메아리는 산등선에 잠기고

산자락 은은하게 피는 단풍은
세월을 반추하는 중년의 미소인 듯

밤이 깊어가는 뒤뜰에서
당신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Puisi

시작 노트:
이번에 발간하는 김준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낙엽의 귀향》에 수록된 시를 골랐습니다. 건기와 우기의 삶에서 사계절의 순환을 미리 가늠해 보려는 듯, “산자락 은은하게 피는 단풍은/세월을 반추하는 중년의 미소”로 환하게 다가옵니다. 이 시집을 내기위해 지난 3년 코로나로 움츠렸던 시간을 다시 상기하면서, 시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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