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 대외 확장 플랫폼…위안화 영향력 강화 등 불구 저개발 참여국 ‘부채 덫’ 비판 비등
美 맞선 ‘정치·외교 우군’ 확보도…정상포럼 참석 푸틴과 ‘이·팔 전쟁’ 등 美 견제 목소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올해로 발표 10주년을 맞았다.
시 주석이 제창한 ‘중국몽’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인 일대일로는 지난 10년간 국제무대에서의 중국을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역설적으로 일부 참여국의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140여개국 대표단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여는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은 10년을 맞은 일대일로가 ‘향후 10년’ 간 어떻게 진행될지 짚어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참여국에 ‘돈 보따리’…美 패권 맞서 ‘정치·외교 우군’ 확보 성과도
일대일로의 시작은 국가주석 취임 6개월째인 2013년 9월 7일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한 강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 주석은 강연에서 새롭게 내륙 실크로드 경제를 구축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제안함으로써 대외팽창 정책인 일대일로의 서막을 알렸다.
그는 한 달 뒤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내놓으며 일대일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절반의 윤곽을 드러냈다.
2013년 11월 제18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이 채택됨으로써 시 주석의 야심찬 구상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뜻의 일대일로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가 양대 축이다.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인프라 협력이 핵심으로 중국몽의 실현을 통한 대국굴기를 현실화하려는 대외 확장 전략으로 간주된다.
중국 명문 푸단대 교수 출신으로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설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간한 일대일로 구상 10주년 백서에 따르면 일대일로에는 현재 150여개 국가와 30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일대일로 구상은 지난해 말 기준 150여개 국가에서 누적 사업액이 2조달러(약 2천710조원)대에 이르는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이미 완성된 사업규모만 해도 1조3천억 달러(약 1천760조원)에 이르며, 중국과 이들 국가와의 상호투자는 누적 3천800억 달러(약 510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추진을 위해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하는가 하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등의 출범을 주도하는 등 미국 중심 세계 금융질서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일대일로 백서를 통해 일대일로 20개 파트너 국가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고, 17개 국가와 위안화 청산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서 일대일로는 이같은 경제적인 효과를 도모하는 동시에 정치·외교적으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맹주로 미국 패권에 맞서 ‘우군’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저개발국 ‘부채의 덫’ 비판 비등…미국 등 서방 견제도 갈수록 커져
그러나 일대일로 참여는 일부 저개발 참여국들에 독(毒)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부채의 함정’에 빠진 저개발국이 속출한 것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스리랑카다. 스리랑카는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난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2010년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들여와 ‘함반토타항’을 건설하며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항구의 운영 실적은 차관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적자가 쌓이자 결국 2017년 항구의 지분 일부를 중국 국영기업에 팔아치웠고, 항만 운영권까지 중국에 넘겨야 했다.
잠비아와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각국과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자 중국도 일대일로 추진 방향을 기존의 대형 인프라 건설에서 ‘작고 아름다운 프로젝트’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일대일로가 점차 참여국들을 늘리면서 미국 등 서방의 견제도 강화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개도국을 ‘빚의 함정’에 빠뜨린 뒤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 국제 질서를 훼손한다고 비판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중국을 미국의 패권 도전국으로 상정하고 강력한 ‘중국 압박’에 나섰고 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21년 6월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의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구상 발표도 주도했다.
B3W는 중저소득 개발도상국이 2035년까지 약 40조달러(약 4경7천496조원) 규모의 기반시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을 추가로 내놓는 등 일대일로에 지속해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2019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온 이탈리아는 최근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
◇ 푸틴 참여에 중량감 커진 정상포럼…’美 견제’ 한목소리 낼 듯
중국은 일대일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추진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17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개최한다.
올해 참가국 규모는 140개국·30개 국제기구에서 온 4천명 정도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참여국 대표들이 대다수인데, 가장 주목되는 정상은 오는 17일 도착 예정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 압박을 견제하는데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최근 국제사회를 뒤흔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상황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며 중국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이날(16일) 방중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강조하는 동시에 양측간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분쟁 직후부터 친(親)이스라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국과 다른 방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 주석은 특히 정상포럼 개막연설을 통해 일대일로 참여국들에 대한 중국의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다자주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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