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매체의 양극화 현상 심화

글. 한상재/ 자연과환경 대표.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2014년 11월 24일)

마침내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 정부는 뜨거운 감자의 하나인 국내 기름값을 전격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18일 자정을 기해 휘발유와 경유를 공히 리터당 2천 루피아씩 인상하였습니다. 기름값을 인상하여야 하는 주변 상황은 별로 좋지 못합니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조코위 대통령이라도 쉽게 기름값을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저 없이 기름값을 인상하였습니다. 그러자 전국 버스 운송조합이 즉각 기름값 인상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즉시 파업으로 맞서겠다고 강경수도 던졌습니다. 전국 대학생들도 기름값 인상을 반대하는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산발적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국민 여론을 대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기름값은 인상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름값 인상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극명하게 양분되고 있습니다. 찬반 여론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TV 나 신문과 같은 언론사까지 찬반으로 나뉜 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언론사는 찬성하는 측의 보도만 골라서 전하고 어떤 언론사는 그저 반대만 하는 뉴스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몰라 헷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동일한 국내 이슈를 놓고도 언론사에 따라 국민 여론이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매우 위험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흥미롭기도 합니다. 그저 견해가 다르다는 것이 아니고 아주 극과 극을 달리기 때문에 더 흥미롭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군소 언론사들이 조.중.동에 무조건 반대하는 현상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언론사들을 보면 진정한 국민의 여론이 뭔지,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국민 여론과 상관없이 그저 자기 언론사 사주의 정치적 의도에만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만의 뉴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신문은 물론 주요 언론사, 온라인,오프라인 TV 방송사와 라디오까지 서로 다른 여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언론의 주요 사회적 책무라고 여겨지는 정치 독립적 보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론 독립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 아주 극명하게 대립하는 TV 방송사는 TVOne 과 Metro TV 입니다. 두TV 방송사는 언제나, 무슨 이슈든지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TVOne 과Metro TV 방송사는 언제나 상이한 각도에서 뉴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TV를 시청하느냐에 따라 기름값 인상 이슈를 보는 각도가 찬반으로 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TVOne 은 KMP 야당 그룹을 이끄는 아브리잘 바크리(Ical)가 사주입니다. 반대로 Metro TV는 KIH 여당 그룹을 대변하는 수리오 빨로(SP)가 사주입니다. 두 TV 방송사는 언제나 자기 방송사 사주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에 맞춰 기획을 합니다. 토의 방향이나 진행도 동일하게 코드를 맞춥니다. 심지어 TV 토론에 등장하여 패널 토의를 하는 인물 선정까지도 방송사 사주와 정치적 코드가 맞는 사람을 고릅니다. 그러니 토론이야 보나마나입니다.

이런 식으로 언론사가 국민 여론을 극명하게 갈라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편 내편으로 나뉘어 여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종국에 가서 인도네시아에 어떤 사회적 현상이 나타날 지 아주 궁굼해 집니다. 분명한 건 국민들한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지 여론을 자기 정치적 의도와 목적에 맞게 조작하려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14년 대선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도 이런 양국화 현상은 전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좀 누그러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결국 국민 여론 형성에 치명적 강타를 주고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양극화 된 국민 여론이 전혀 통합되지 못하고 각각 다른 국민 여론으로 정착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전 인도네시아 TV 방송사와 신문사는 정치, 사회 및 문화 등의 주요 국가 이슈에 대해 아예 편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단지 국영 TVRI 방송사와 국영 라디오 방송 같은 매체만 그런대로 여야 정치권과 무관하게 독립적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국영 방송 매체는 아주 전통적인 방법으로 방송 기획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즐겨 보질 않습니다. 따라서 국민 여론을 전혀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TV나 신문 등 언론사의 선택 여지가 매우 협소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 국민이 즐겨 선택할 수 있는 대형 TV 방송사나 신문사가 몇 개 안된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언론 매체들은 극단적으로 반대 여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자기가 시청한 뉴스가 진실이고 여론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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