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10일~11일 한반도 관통…전국 ‘강’ 폭풍속으로

기상청이 7일 오전 10시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 [기상청 제공]

상륙 때 강도 ‘강’ 유지…전국에 거센 비바람 예상
강원영동 등 동쪽, 오늘내일 많은 비…태풍 지날 때도 최대 500㎜ 비
영향권 예외 없어…’2명 사망·3천600억원 피해’ 2012년 산바와 유사 경로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중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경남남해안에 상륙한 뒤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변국 기상당국 모두 ‘경남남해안 상륙 후 한반도 관통’을 전망하고 있다.

◇ 강도 ‘강’으로 상륙할 듯…기차 탈선시킬 수준 바람

7일 기상청 태풍정보와 브리핑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 동북동쪽 330㎞ 해상을 지난 카눈은 북동진하다가 저녁 북서쪽으로 이동 방향을 튼 뒤 가고시마를 동편에 두고 북진을 거듭하면서 10일 오전 9시 부산 남서쪽 90㎞ 해상에 이를 전망이다.

부산 남서쪽 해상에 이르렀을 때도 카눈의 강도는 ‘강’일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강도 ‘강’은 중심 최대풍속이 ’33㎧ 이상 44㎧ 미만’인 경우인데 이 정도 바람은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다.

6일 오전까지만 해도 남해안에 이르렀을 때 카눈의 강도는 ‘중’일 것으로 전망됐다. ‘중’은 최대풍속이 ’25㎧ 이상 33㎧ 미만’ 정도일 때다.

현재 남해안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2도 높은 29도 정도로 태풍이 세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충분한 수준이다.

다만 카눈이 규슈 서쪽을 지날 때 규슈의 지형과 상호작용하면서 세력이 약화할 수 있겠다.

카눈이 세력을 유지하거나 더 강해질 가능성과 약해질 가능성이 모두 있는 상황인데 대비 정도에는 차이를 두지 말아야 한다.

‘약한 태풍’은 없다는 것이 기상당국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태풍 강도를 ‘중’까지만 매기는 이유도 그 이하의 태풍이 약하다는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강도가 부여되지 않는 태풍(최대풍속 17㎧ 이상 25㎧ 미만)의 바람도 간판을 날릴 정도로 강하다.

10일 오전 경남남해안에 상륙한 카눈은 북서진을 거듭해 한반도를 관통하겠고 이에 전국이 강풍반경(풍속이 15㎧ 이상인 구역)에 들겠다.

이후 카눈은 11일 오전 9시 함흥 남서쪽 40㎞ 지점까지 북상하고 이어 12일 오전 9시 한반도를 넘어 중국 동북부에 이르러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하겠다.

카눈이 지나면서 전국에 강한 비바람이 치겠다.

최대 순간풍속 예상치는 경상해안 40㎧ 안팎, 강원영동·경상내륙·제주 25~35㎧, 경기남동내륙·강원영서·충남동부·충북·전라동부 20~30㎧, 수도권·충남서부·전라서부 15~25㎧이다.

9~10일 강수량은 강원영동 200~400㎜(많은 곳 500㎜ 이상), 영남 100~200㎜(경상동해안과 경상서부내륙 많은 곳 300㎜ 이상), 나머지 지역 50~100㎜(제주산지 많은 곳 200㎜ 이상, 경기남부·강원영서·충청내륙·전라동부·제주중산간 많은 곳 150㎜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지를 중심으로 강원영동과 경상동해안은 태풍 반시계 방향 흐름에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들어오고 여기에 지형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비가 많이 쏟아지겠다.

문제는 강원영동을 비롯한 동해안과 제주 등은 태풍이 오기 전 바다 쪽에서 부는 동풍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7~8일 강원영동에는 50~150㎜, 많게는 200㎜ 이상 비가 오겠다.

같은 기간 경북북부동해안에는 5~60㎜, 울릉도와 독도에는 5~20㎜, 제주는 5~40㎜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강수량에서 확인되듯 태백산맥 서쪽이라고 비가 적게 내리지 않겠다.

태풍이 몰고 오는 따뜻한 공기와 태풍 뒤쪽에서 유입되는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충돌하면서 서쪽 지역에 강한 비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012년 9월 국내에 상륙한 태풍 산바를 카눈과 유사한 경로를 보인 태풍으로 꼽았다.

산바는 영남권에 큰 피해를 줬는데 2명이 사망하고 3천84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재산피해액은 3천627억원에 달했다.

다만 산바는 상륙 시 중심기압이 955hPa(헥토파스칼)로 당시까지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중 역대 5위에 해당할 정도로 강한 세력을 유지했다.

카눈은 상륙 시 중심기압이 970hPa 정도일 것으로 예측된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하다.

문제는 산바의 속도는 14㎧(시속 50㎞)로 빨랐는데 카눈은 4㎧(시속 15㎞)로 느리게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카눈이 산바에 견줘 약해도 피해는 비슷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바다에서는 카눈이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해상에 10일까지 물결이 1.0~4.0m(동해상과 남해상은 5.0m 이상)로 매우 높게 일겠다. 동해상은 11일까지 이러한 높은 물결이 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해안과 남해안, 동해안에는 당분간 너울이 유입되면서 높은 물결이 밀려오겠으니 해안엔 되도록 가지 말고 해안가 저지대에서는 침수에 대비해야 한다.

◇ 미중일 기상당국도 ‘경남 남해안 상륙 후 한반도 관통’ 예상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7일 정오(한국시간)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 [JTWC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7일 정오(한국시간)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 [JTWC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중국 중앙기상대, 대만 교통부 중앙기상국 등 주변국 기상당국도 경남남해안 상륙 후 한반도 관통을 예상한다.

일본 기상청 예상 경로가 다른 기관에 견줘 더 서쪽인데 이 경로대로면 카눈 중심이 충남과 경기남부를 지나게 된다.

일본 기상청이 7일 정오 발표한 카눈 예상 경로.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기상청이 7일 정오 발표한 카눈 예상 경로.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수치 예보 모델들이 제시한 유력 경로들도 일치되는 상황이 아니다.

유럽 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이나 미국 해양대기청 모델(GFS)은 기상당국들 예상과 비슷하게 ‘경남남해안 상륙 후 한반도 관통’을 유력하게 보지만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은 제주도를 지난 뒤 서해로 진출하는 경로를 유력시하고 있다.

모델들이 내놓은 예상치 간 동서 편차가 약 700㎞에 달한다.

태풍 동쪽 먼바다에서 발달하는 열대저압부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세,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남하하는 대기 상층 기압골 위상과 강도, 카눈이 규슈를 지난 뒤 세력 등이 카눈 경로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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