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형 선고 의무제 폐지’ 법안 통과

말레이시아가 그간 인권 침해란 비판을 받아온 ‘사형 선고 의무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하원은 살인 등 특정 범죄 유형에 대해 의무적으로 사형을 선고하도록 한 사형 선고 의무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추후 상원과 국왕의 재가를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50g 이상 마약 소지자, 마약 밀매, 살인, 납치, 테러 등 11개 중범죄에 대해 무조건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제도를 유지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강제 사형이므로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8년 사형 집행을 전면 유예했으며, 지난해 중순 사형 선고 의무제를 폐기하기로 정하고 대체 형벌을 모색했다.

이번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새 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무조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에 맡기게 된다. 사형 대신 12대 이상의 태형과 30~40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죽을 때까지 수감돼야 하는 종신형 역시 30~40년형으로 대체된다.

새 법은 기존에 사형 선고의 대상이었던 34개 범죄에 적용되며, 사형수 1300명 이상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형수 대부분은 마약사범이며, 사형반대아시아네트워크(ADPAN)에 따르면 이중 500명 이상이 외국인이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사형수들은 90일 이내로 자신의 형량에 대한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변화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사형 집행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마약사범 11명을 처형했고, 쿠데타 이후 군부가 집권 중인 미얀마에서는 수십년 만에 반군부 활동가 4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언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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