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비판한 언론 폐쇄 조치한 캄보디아 훈센

훈센 캄보디아 총리, 장남 비판한 독립언론 폐쇄 지시 (브뤼셀 AFP=연합뉴스) 39년째 집권중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자신과 후계자인 장남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독립 언론매체 '민주주의의 목소리'(VOD)에 폐쇄조치를 지시했다. 앞서 VOD는 지난 8일 훈센과 현 캄보디아 군 부사령관인 장남 훈 마넷이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 구호협정에 서명했다고 보도, 훈 마넷이 월권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은 2022년 12월 14일 훈센 총리가 유럽연합(EU)-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원회 본부에 도착하는 모습. [자료사진] 2023.02.13 [email protected]/2023-02-13 15:41:10/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본인과 후계자로 밀고있는 장남에 대해 비판 보도를 한 현지 독립 언론을 폐쇄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집권 38년째를 맞이한 훈센 총리가 올해 말 선거를 앞두고 반체제 인사 탄압을 강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독립 언론매체인 ‘민주주의의 목소리’(VOD)가 “캄보디아의 명성과 품위를 훼손했다”며 해당 매체의 보도 및 방송 면허를 취소하라고 공보부에 전날 지시했다.

훈센은 VOD가 보도를 통해 자신과 장남을 공격하고 국가에 상처를 입혔기 때문에 이같이 조치했다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설명했다. 또 VOD 직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해외의 기부자들은 그동안 보낸 돈을 회수하라고 덧붙였다. 해당 조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행됐다.

앞서 VOD는 지난 8일 파이 시판 정부 대변인을 인용, 훈센 총리의 장남이자 실질적인 후계자인 훈마넷이 튀르키예 지진 구호 활동에 대한 재정 지원협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을 맡고 있는 훈 마넷은 재작년 12월 2일 부친인 훈센 총리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다. 이후 그는 외교 행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후계자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VOD의 이번 보도는 현직 군인인 훈 마넷이 해당 내용의 협정을 승인할 권한이 없는데도 월권했다는 의미로 이해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에 VOD 측은 훈센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혼란을 일으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정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했기 때문에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훈센은 이런 해명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일축했다.

VOD는 크메르어와 영어로 활동하는 온라인 독립 언론으로 주로 훈센 총리와 그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실어왔다.

캄보디아 정부의 언론탄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2017년 말에도 일간 ‘캄보디아 데일리’가 체납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면서 폐간 조치한 바 있다. 훈센은 1985년 1월 14일 총리에 취임한 뒤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있다.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