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사건 4차례 재판에도 ‘아이 바꿔치기’ 미궁 속으로

재판부 추가 심리에도 약취 혐의 증명 안돼…’친자관계’는 DNA 검사로 재확인

사체은닉미수 혐의는 유죄…행방 묘연해진 또 다른 여아 찾기 미제 가능성

2년 전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자아이 사건이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됐다.

법정 향하는 구미 3세 여아 친모
법정 향하는 구미 3세 여아 친모 [연합뉴스 자료 사진]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3세 여아의 친어머니로 밝혀진 석모(50)씨에 대한 4번째 재판인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대해 1, 2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하고 감형하는 판결을 내렸다.

유전자(DNA) 감정 결과에 따라 숨진 아이가 석씨의 아이라고 추정할 수 있지만 석씨가 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바꿨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석씨가 아이를 언제 낳았는지, 언제 어디서 바꿔치기했는지 여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이를 바꿔치기한 직접 증거도 없을 뿐더러, 바꿔치기할 합리적인 동기도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범죄 증명이 안되며,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석씨가 출산한 여아의 행방을 둘러싼 의문은 해소되지 못하고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원은 그러면서도 사체은닉미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원심인 징역 8년에서 감형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21년 2월 구미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난 상태로 발견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수사 초반에는 숨진 여아의 친어머니로 알려진 석씨 친딸 김모(24)씨가 자기 아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그러나 DNA 검사 결과 친어머니인 줄 알았던 김씨가 실은 언니이고 외할머니로 알고 있었던 석씨가 친어머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 끝에 경찰과 검찰은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숨진 여아)와 김씨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결론내렸다. 다른 남성과 사이에 낳은 자기 아이를 더 가까이 두고 지켜보고 싶어 김씨에게 자기 아이를 키우게 한 범행 동기가 있었다고 봤다.

석씨는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해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미성년자 약취)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김씨가 살던 빌라에서 숨진 여아를 발견하고는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사체은닉 미수)도 받았다.

석씨는 사체은닉 미수 혐의는 인정했지만 자신은 출산한 적이 없다며 미성년자 약취 혐의는 부인했다.

‘키메라증'(한 사람 몸에 2가지 이상 유전자가 존재하는 증세) 가능성까지 주장하며 DNA 검사 결과를 부정했으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1,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DNA 검사로 석씨가 아이의 친어머니라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해 6월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구미 3세 여아를 위한 밥상
구미 3세 여아를 위한 밥상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그동안 모두 9차례 공판을 열어 증인신문, 증거조사, DNA 재검사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을 비롯해 산부인과 간호사, 석씨 직장 동료, 친딸 김씨 등 모두 10여명이 증인으로 섰지만 아이 바꿔치기 혐의를 증명할만한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석씨 주변인들은 석씨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증거로 제출된 숨진 여아의 사진들을 영상분석가가 감정한 결과 동일인으로 분석돼 아이 바꿔치기 범행 공소사실과 오히려 배치되기도 했다.

대검찰청에 의뢰해 시행한 DNA 검사에서는 앞서 5차례 이뤄진 검사 때처럼 석씨와 숨진 여아 간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과학적 사실만 재확인됐다.

검찰은 석씨가 범행을 계속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1, 2심 때와 마찬가지로 석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석씨 측은 여전히 DNA 검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DNA 감정 결과가 출산과 약취 사실을 직접 증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4번째 재판을 통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돼 결국 원심에서 바뀐 판결로 이어졌고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됐다. (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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