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당국, 규제·세금 줄여 해외자본 유치, 400억 넘는 투자는 20년간 법인세 면제”

지난해 12월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디르만 대로(Jalan Sudirman)에 있는 세계무역센터(WTC·World Trade Centre Jakarta)에서는 PwC인도네시아가 주최한 세미나가 열렸다. 200여곳의 현지 기업 임원진들이 PwC인도네시아의 컨설팅을 듣기 위해 모였다. 조선비즈는 자카르타 전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WTC 43층에서 세미나를 주최한 PwC인도네시아의 정태훈 파트너(코리아 데스크 리더)와 마이클 구나완(Michael Goenawan) 자문 리더(Adivisory Leader)를 만났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해외 기업 또는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에게 법률, 규제, 세무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다. 정 파트너는 인도네시아 회계법인 최초로 파트너 자리에 오른 사람이기도 하다.

정 파트너와 구나완 리더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계속 완화하고 있고 법인세 등 관련 세금도 대폭 줄이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한 산업 분야에 400억원이 넘게 투자하면 최장 20년까지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며 현지 투자를 고민하는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당국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을 권했다.

PwC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것은 언제인가.
정태훈 파트너 : “1971년부터 자문업을 하기 시작했다. 53년째다.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자문업을 해주는 코리아 데스크를 만든 것은 2006년부터다. 회계감사 서비스, 세무관련 서비스, 인수합병(M&A)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했는데 최근에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맞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법률 자문 등도 하고 있다.”

코리아데스크의 역할은.
구나완 리더 : “한국 기업(투자자)에 특화된 서비스팀을 운영하는 것이 코리아 데스크의 역할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회계법인 최초로 한국인 파트너(정태훈 파트너)를 선임한 것은 의미가 있다. 코리아 데스크는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한국 기업 또는 잠재적 투자회사를 대상으로 회계, 세무, 어드바이저리(자문), 컨설팅,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구나완 리더 :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이 인도네시아의 최대 강점이며 투자처로서의 큰 매력이다. 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석탄, 니켈, 알루미늄 등 많은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팜오일의 최대 생산국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주목되는 자원은 니켈이다. 전기차 시장의 발전으로 니켈이 중요해졌고 가격도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들려면 니켈이 필수적인데 니켈 보유국이라는 점이 전기차 시대에 강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또 금융시장과 디지털 마켓에 대한 높은 잠재력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니켈 관련된 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주로 어떤 곳인가.
“전기차 시장과 관련된 니켈 투자를 주로 하는 곳들은 한국계와 중국계 기업이다. 구체적인 회사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한중 양국의 기업들이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과세 당국는 외국 자본과 투자자에 호의적인가.
“굉장히 호의적이다. 특히 2020년부터는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펴기위해 법인세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췄다. 다만 부가세는 11%를 별도로 부과하고 있다.”

법인세를 면제받을 방법은 없나.
“일반적으로 정부가 정한 선도 산업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하면 법인세를 면제 또는 감면해준다. 이런 혜택을 통칭해서 택스 홀리데이(Tax holiday)라고 한다. 2018년 4월 인도네시아 재무부가 규정을 새로 만들어 현재까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 금속산업, 스마트폰 등 통신 장비의 주요 부품산업, 석유화학 산업, 제약산업, 반도체 등 17개 업종분야에 5000억 루피(약 400억원) 이상 투자하면 택스 홀리데이를 신청할 수 있다. 5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법인세가 없다. 이와 관련된 업무는 PwC 인도네시아의 세무팀에서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 기업에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M&A)을 하려 할때 인도네시아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이 있나.
“현지 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으로 환경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네거티브 리스트(금지목록·negative list)를 두고 업종별로 외국인 투자 제한을 규정했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옴니버스 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을 개정, 통합해 대부분의 투자 제한 규정을 없앴다. 굉장히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스타트업 중 유니콘으로 성장한 곳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종합모바일 플랫폼 기업인 고젝(Go-jek)과 같은 회사다. 이렇게 유니콘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젝은 일종의 혁신이었다고 본다. 대부분의 기존 기업들은 먼저 사업을 할 때 이익(profit)을 생각한다. 그러나 고젝과 같은 스타트업은 초기 단계에서 이익 규모를 생각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모을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해) 이익 규모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런 재무적인 분야를 먼저 따지기보다 그들은 사업에 집중했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혁신을 통해 비즈니스를 키운 것이다.
고젝은 처음에 오토바이 배달 사업으로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지금도 매년 500만~800만대의 오토바이가 팔릴 정도로 오토바이를 이용한 이동은 매우 인기가 많다. 젊은 층들이 대부분 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고젝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오토바이라는 이동 수단과 스마트폰이라는 통신 수단을 너무도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 두가지를 이용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결합하는 비즈니스를 생각했고 전자상거래, 식료품, 의약품 배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는 분명 풍부한 자연과 높은 경제성장률, 젊은 층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인구 등을 고려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실제 투자와 운영을 진행하는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아 투자가 어려운 국가로 꼽힌다. APAC(Asia Pacific Accreditation Cooperation)의 조사에서도 항상 평균보다 높은 국가 리스크가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성공적으로 투자하려면 현지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다각적인 사전검토, 면밀한 실행계획을 수립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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