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 베트남 운임 1년새 94% 곤두박질

올해 동남아항로 시황은 7월까지 코로나발 항만 체선의 영향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8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띠었다. 물동량은 1년 내내 부진의 늪을 헤맸다.

관세청에 따르면 1~10월 10개월 동안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27만5100TEU를 기록, 1년 전의 340만2600TEU에 비해 3.7% 감소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사태 여파로 2%의 감소세를 보였다가 지난해 성장세로 돌아섰던 동남아항로 물동량은 올해 들어 다시 부진에 빠졌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173만5900TEU에서 올해 161만9300TEU로 6.7%, 수입화물은 지난해 166만6700TEU에서 올해 165만5800TEU로 0.7% 감소했다. 지난해 10개월간 170만TEU를 돌파했던 수출화물 실적은 다시 160만TEU대로 떨어졌다.

올 한 해 이 항로 물동량은 좋았던 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매월 하락세를 거듭했다. 10개월 중 8개월간 역신장을 신고했다.

1월 0.8%의 플러스 성장률로 올 한 해를 시작했지만 한 달 만에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서 2월 -4.2%, 3월 -6.2%, 4월 -5.3%, 5월 -3.6%, 6월 -6.3%, 7월 -3.6%, 8월 -2.9%, 9월 -7.6%의 감소율을 보였다. 10월 들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7%의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달 들어선 화물연대 파업이 악재가 됐다.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항로 물동량은 10월에 반짝 올라간 것을 빼곤 올 한 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며 “12월 들어 연말 밀어내기 특수를 기대했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가 차질을 빚으면서 수출 화물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10개월간 실적을 국가별로 보면 8개국 중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5개국이 나란히 역신장세를 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는 두 자릿수로 물동량이 감소하는 침체를 겪었다.

동남아항로 물동량 2위 국가인 태국은 7% 감소한 44만3200TEU, 5위 대만은 6% 감소한 35만4500TEU, 6위 홍콩은 26% 감소한 23만3900TEU, 7위 필리핀은 9% 감소한 19만9000TEU, 8위 싱가포르는 26% 감소한 16만4900TEU에 각각 머물렀다.

반면 1위 베트남은 5% 성장한 107만800TEU, 3위 인도네시아는 7% 성장한 43만2400TEU, 4위 말레이시아는 3% 성장한 37만6400TEU를 각각 거뒀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수출입 모두 성장세를 낸 반면 말레이시아는 수출에선 감소했지만 수입에서 17%의 높은 성장률을 거뒀다.

말레이시아는 수요 부진에 빠진 대만을 밀어내고 4위로 한 계단 도약했다. 지난해 8위에 머물렀던 필리핀은 올해는 감소 폭이 훨씬 더 큰 싱가포르를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운임은 상반기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하반기부터 급전직하하는 모양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12월 둘째주) 평균 상하이발 동남아 6개국행 운임지수(SEAFI)는 4212포인트(p)를 기록, 지난해 평균 4688.1에 비해 10% 하락했다. 상반기 평균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5820.4를 찍었다가 하반기엔 2533.7로 반 토막 나는 부진을 보였다.

지역별로,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행진했다. 베트남 호찌민행 평균 운임은 지난해 630달러에서 올해 579달러로 8%, 태국 램차방행 평균 운임은 지난해 713달러에서 올해 619달러로 13% 각각 떨어졌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행은 11% 내린 859달러, 싱가포르행은 12% 내린 887달러, 필리핀 마닐라행은 1% 내린 437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은 지난해 889달러에서 올해 966달러로 9% 올랐다.

주간 운임지수는 상황이 심각하다. 1월 초 사상 두 번째로 높은 8100.5를 기록한 뒤 7월 중순까지 5000p대 안팎을 오르내리다 8월부터 곤두박질 치기 시작해 12월9일 현재 887.72까지 하락했다. SEAFI가 800대로 떨어진 건 202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항로별 12월9일자 운임은 싱가포르 188달러, 베트남 105달러, 태국 143달러, 필리핀 71달러, 말레이시아 154달러, 인도네시아 284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24일 사상 최고치인 1441달러를 찍었다가 1년 새 93% 급락한 베트남항로 운임은 세 자릿수 방어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발 운임은 중국시장처럼 가파른 모습은 아니지만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의 동남아항로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첫 발표된 11월7일 1708달러에서 12월12일 1553달러로, 한 달 새 9% 내렸다. 중국발 운임이 같은 기간 30% 곤두박질 친 것에 비하면 완만한 하락세다. 운임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탈동조화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선사들은 상반기까지 활황세를 구가했던 동남아항로에 앞다퉈 배를 띄웠다. 팬오션은 지난 3월 동영해운과 1000TEU급 선박 2척을 공동배선하는 방식으로 뉴하이퐁익스프레스(NHX)를 개설했다. 기항지는 인천(토)-부산(일)-광양(월)-하이퐁(토)-서코우(월)-인천(토) 순이다. 팬오션은 <포스도쿄>, 동영해운은 <페가서스페이서>호를 각각 운항 중이다. 이로써 팬오션은 9년 만에 하이퐁항로에 자사선을 배선했다.

HMM은 4월부터 일본 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에서 선복을 빌려 부산항과 일본 주요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를 직항 연결하는 JKP를 개설했다. 이 항로엔 25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이 운항한다.

머스크의 아시아역내항로 자회사인 씨랜드는 같은 달 우리나라 부산·인천과 필리핀 마닐라를 연결하는 컨테이너 직항로 필리핀피더3(PH3)을 열었다. 25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이 우리나라 평택 인천 부산과 중국 칭다오 상하이 닝보, 필리핀 마닐라를 연결한다.

태국 선사 RCL과 싱가포르 PIL은 프랑스 CMA CGM의 자회사인 CNC와 손잡고 인천과 중국, 태국·베트남을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항로를 지난 7월 개설했다. 2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은 인천(일)-칭다오(월·화)-상하이(목금)-램차방(금·토)-호찌민(월·화)-톈진신강(수·목)-다롄(금)-인천 구간을 서비스한다.

<K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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