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성관계·동거 시 처벌…형법 개정안 국회 통과

국회 통과된 신 형법을 국회부의장과 법무인권부 장관이 수령하고 있다. 2022.12.6

동성애 처벌은 빠져…대통령 모욕 3년 이하 징역형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혼인 외 성관계를 갖거나 혼전 동거를 할 경우 처벌될 수 있다.

6일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인도네시아 의회는 외도를 범죄로 규정하고 낙태 금지와 대통령 모욕 시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대통령령 등 구체적인 규정 마련이 필요해 실제 적용까지는 최장 3년이 걸릴 예정이다.

개정된 형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혼인 외 성관계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혼전 동거 시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배우자나 부모, 자녀 등 당사자 가족이 고발해야 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친고죄 형태로 정해졌다.

낙태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거나 의료법에 따라 태아가 12주 미만일 경우 산모의 건강 등을 고려해 낙태가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현직 대통령을 모욕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등 대통령과 부통령, 국가 기관, 국가 이념을 모욕하는 것도 금지된다. 대통령 모욕죄의 경우 대통령만이 고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신성모독 법을 확대했으며 사형제도는 유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한 6개 종교 외에 다른 종교를 가질 경우 징역 5년 형에 처하는 조항도 유지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교와 힌두교, 개신교, 가톨릭, 불교, 유교 등 6개 종교만을 인정하며 모든 시민은 이 6가지 종교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이는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논란이 일었던 동성애 처벌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형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려 했다. 하지만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며 시위가 이어졌고 국제 인권단체의 공개 반대도 이어지면서 재논의를 거쳐 결국 동성애 처벌 조항은 삭제됐다.

에드워드 오마르 샤리프 히아리에지 인도네시아 법무부 차관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어 신법으로의 전환에는 최장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 개정안 반대 시위 (자카르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 인도네시아 국회가 혼외 성관계, 혼전 동거 등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인권단체 등이 국회 밖에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12.6 photo@yna.co.kr

새로운 형법이 통과됐지만, 개정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이날 인도네시아 의회가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대통령 비판을 처벌하는 내용이 국제법에 반한다며 “선택적 처벌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경제계도 새 법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돼 투자나 관광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타 위드자자 수캄다니 인도네시아 고용자협회 부회장은 “이 법이 시행되면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새로운 형법이 개정된 것은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보수주의 문화가 강해지고 있어서다.

세계 인구 4위의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87%가 이슬람으로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나라다.

그동안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원리주의 이슬람 단체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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