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관리 마치고 대기하던 5개 부대 부랴부랴 투입
예년 핼로윈 유흥가에 기동대 배치…올해는 단속인력만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기동대가 사고 발생 1시간이 넘게 지난 오후 11시40분 처음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지휘부가 사태를 뒤늦게 파악하는 바람에 인력 배치도 늦어진 탓이다. 유흥가에 기동대를 투입한 예년 핼러윈 기간과 달리, 마약단속에 중점을 두고 기동경력 없이 인력운용 계획을 짜는 등 경찰이 안전사고에 부실하게 대비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 기동대 5개 부대, 오후 11시40분∼오전 1시33분 투입
6일 서울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 사고 발생 이후 경찰 기동대는 모두 5개 부대가 투입됐다.
사고 발생 1시간2분 뒤인 오후 11시17분 11기동대가 용산경찰서로부터 처음 출동 지시를 받고 오후 11시40분 이태원 현장에 도착했다. 출동 지시부터 현장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23분이다.
11기동대는 사고 당일 용산 일대에서 열린 집회 관리에 투입됐다가 집회가 끝난 뒤인 오후 8시40분부터 용산 지역에서 야간·거점시설 근무를 이어갔다.
종로 거점과 여의도 거점에서 각각 야간 근무를 수행하던 77기동대와 67기동대는 오후 11시33분, 오후 11시50분 각각 서울경찰청 경비과의 출동 지시를 받았다.
77기동대는 출동 지시 17분 만인 오후 11시50분, 67기동대는 이튿날 0시10분 지시 20분 만에 현장에 투입됐다.
서초 거점에서 근무하던 32기동대는 오후 11시51분 지시를 받고 이튿날 0시30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외교시설 근무 중이던 51기동대는 이튿날 오전 1시14분에야 출동 지시를 받고 19분 뒤 현장에 투입됐다.
이들 5개 기동대는 당일 저녁 모두 삼각지역사거리∼남영역 구간에서 열린 촛불전환행동 집회에 투입됐다. 오후 8시25분께 집회가 모두 끝난 뒤 각각 맡은 거점과 시설에서 야간근무를 했다.
의경은 모두 8개 부대가 투입됐다. 이들은 모두 이튿날 0시11분에야 서울경찰청 경비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았다.
139중대가 이튿날 0시50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사고가 난 지 2시간35분 지난 뒤였다. 이후 1시12분까지 나머지 7개 중대가 차례로 현장에 도착했다.
8개 중대 중 2개 중대는 당일 오후 기동대와 마찬가지로 촛불전환행동 집회에 투입됐다. 나머지는 외교시설과 각자 거점에서 근무를 서거나 남대문·종로·용산 등지에서 교통 관리를 했다.
이들은 오후 6시5분부터 10시 사이 각각 부대에 복귀해 대기하다가 이태원 현장 출동 지시를 받았다.
◇ 지휘부 늑장보고에 대응도 늦어져
기동대가 집회현장을 관리하는 동안 이태원 일대에서는 이미 오후 6시께부터 압사 우려 112신고 등 위기징후가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그런데도 기동대 투입이 지체된 이유는 현장과 상황실에 근무한 경찰 인력이 사태에 안일하게 대처한 데다가 지휘부 보고마저 늦어졌기 때문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1시간21분 뒤인 오후 11시36분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했다. 8분 뒤인 오후 11시44분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에게 가용부대를 신속히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김 청장이 경비과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출동 지시를 받은 기동대는 2개 부대뿐이었다. 이 가운데 1개 부대는 이때까지 현장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핼러윈 기간 각종 단속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유흥가에 기동대가 투입된 예년과 달리, 올해는 기동경력이 현장 인력운용 계획에서 제외돼 신속한 투입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21년 핼러윈 데이 클럽 등 유흥시설 집중 점검·단속 계획’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는 단속을 위해 유흥시설이 밀집된 마포·용산·강남·서초 등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했다.
문건은 또 “가용 경력(을) 최대 동원(한다)”고 명시했다.
2020년 핼러윈 기간에도 마찬가지로 유흥시설 단속을 위해 강남역·이태원·홍대 등 3곳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올해 핼러윈 기간 계획된 마약단속에는 기동대 없이 일선 경찰서 형사과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강력범죄수사대만 투입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태원에는 일선 경찰서 8개팀, 마수대 2개팀 등 총 10개팀 52명이 마약 단속을 위해 배치됐다. <(c)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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