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 언급 고통(pain)의 진정한 의미

글. 김용욱/PT.SSI 이사.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 달러화 금리인상의 고통은 미국 국민 대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

지난 26일 미국 연준 (FED)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전세계 증시와 환율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입장이라면 그가 말한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은 일정 부분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당연한 발언 정도가 뭐 그리 대단할까 생각도 들겠지만 핵심은 그가 언급한 ‘고통(pain)’ 이 주는 여파였다.

일단 가장 큰 타격을 준 시장은 다름 아닌 환율이다. 달러인덱스는 20년만에 최고치인 109.4까지 상승하며 엔화는 역시나 138.59엔 신기록을 세웠고, 위안화도 6.932위안으로 2년 만에 최저치 상황이 되었다. 한국도 1,350원 수준까지 올라갔으니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참으로 이상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 총재가 지금의 高인플레를 잡기위해 자국 국민을 향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발언을 했지만, 과연 그가 말한 고통의 대상이 미국 국민과 기업들일까? 실제 글로벌 경제의 현실을 알아야 그 고통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미국 달러화는 글로벌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축통화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과거 저금리 시절에 고수익을 찾아 퍼져 있던 달러화가 다시 역행한다. 미국에 돈을 예금하거나 채권을 투자하면 더 큰 이자와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다. 달러가 빠져나가면 해당국가의 통화가치 폭락이 야기되고 자본이탈, 통화가치 하락 그리고 다시 또 자본 이탈되는 악순환의 고통은 미국 국민이 아닌 대상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럼 FED의 달러화 금리인상과 긴축으로 인한 고통의 크기는 어떠할까? 미국 국민에게 주는 고통은 분명 경기위축과 실업률 증가일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 퍼져 있던 달러화가 미국으로 귀환하는 만큼 투자와 생산이 다시 재개될 것이다. 또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만큼 해외에서 수입하는 제품들의 가격은 하락하고 결국 구매력과 소비증진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경우는 경기위축과 실업률 증가는 기본이고 자본유출이 추가되는 고통은 해당국가의 국민들에게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미국 달러화보다 금리를 더 높이는 문제도 쉽지 않은 이슈다. 결국 스리랑카, 이집트, 파키스탄 등이 국제통화기구(IMF)에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현상황이 그 고통(pain)의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다들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나름 선제적으로 금리를 3.75%로 25bps 인상한 부분도 있고, 석탄과 자원 수출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GDP대비 0.3%인 상황으로 루피아를 환율시장에서 좋게 판단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쉽게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를 어느 누구도 심각하게 보지 않는 현실이다. 지난 5월 이둘피트리 상황에서도 3.55~4.35%로 자신 있다던 물가상승률 CPI 수준이 현재 정부의 보조금 338억달러를 추가 투입하는 상황에서도 7월에 4.94%로 트랜드는 지속 상승 중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자원과 수출기반이 약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인도네시아가 안정적인 것은 분명하나 지금은 지나친 안심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달러강세 상황에 미연준 빅스텝 금리인상 지속, 그리고 올해 말 겨울 유가가 다시 폭등한다면 지금의 경상수지 흑자인 인도네시아도 더 이상 국가 보조금만으로 휘발류, 전기료 인상을 막을 수는 없다.

모든 중앙은행과 정부 지도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미래의 경제적 ‘고통(pain)’을 언급하면서 공포를 조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분명 안심을 주는 언급과 정책은 따라야 하지만 솔직하지 않는 거짓말로 진실을 왜곡하기 보단 제롬 파월의장 같는 진실성 언급도 필요하다. 경제기반이 취약하고 기축통화가 아닌 국가들에게 통화가치 하락은 고통정도가 아니라 고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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