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의 건국운동을 준비하자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금년 8월 우리는 광복 77주년을 맞는다. 필자는 얼마 전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그 나라의 건국 역사와 재외동포 정책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재외동포업무를 맡고 있는 책임자로서 깊이 반성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유대인들이 2천년 동안 나라 없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살다가 1948년 새로운 나라를 세운 기적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받은 충격이었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언론인 테오도르 헤르츨이 시오니즘(Zionism)을 주창하였고 이후 세계 각지에서 나라 없이 온갖 차별을 받아온 유대인들은 새로운 건국운동을 시작하였다.

특히 2차 대전 때 독일에 의해 600만(유럽 유대인의 절반)이 학살되는 사건 ‘홀로코스트’에 자극받은 서방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이라는 독립 국가를 세우는데 성공한다.

우리 한민족은 1천년이 넘게 하나의 국가공동체를 이어오다가 1910년 일제에 의해 나라를 잃었고 1945년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었다.

그러나 미소 양군에 의해 분할 통치되었다가 1948년 남과 북이 각각의 정부를 세워 지금까지 군사적으로 대립되고 있다.

솔직히 남북이 나라를 세웠다고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 그리던 한민족의 온전한 독립이 아니고 절반의 독립, 미완성의 건국이었다, 2천년 망국의 설움을 딛고 무(無)에서 나라를 세운 유대인들에 비하면, 35년간의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되어 지금까지도 남북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 민족은 하느님과 조상들 앞에 깊이 참회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7월 말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한국의 재외동포재단과 가장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는 JAFI(Jewish Agency for Israel 유대인 기구)를 방문하였다.

그들은 같은 건물을 WZO(World Zionist Organization, 세계 시오니스트 기구)와 나누어 쓰고 있었다. WZO는 1987년 테오도르 헤르츨 자신이 주창한 시오니즘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국제 조직이고,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주관하고 전 세계 유대인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된 JAFI가 1929년 창립되었다.

JAFI의 첫 총재 벤구리온은 이후 이스라엘 독립을 이끌며 1948년 첫 종리가 되어 오늘날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로 존숭되고 있다.

우리로 치면 전 세계 한인동포들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는 ‘한민족 건국 운동’을 전개한 것이고 여기서 동포들의 힘으로 동포재단과 같은 한민족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만들어지고 이 구심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한민족 국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JAFI는 지금도 전 세계 유대계 청소년들을 매년 5만명씩 모국에 초청하는 Birthright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전 세계 유대인 네트워크 사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이스라엘의 건국역사와 전 세계 유대공동체의 열의를 보며 우리 동포들의 결속력에 대한 반성과 대한민국 동포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의 필요성을 느꼈다.

앞으로 동포청이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동포청의 목표가 각종 한인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와 차세대 동포들의 정체성 교육 등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유대인들이 전 세계 동포들의 힘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웠듯이 우리도 남북한과 재외동포를 하나로 묶어 온전한 한민족 국가를 만드는 더 크고 근본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따라서 헤르츨이 시오니즘을 주창하였듯이 지금이라도 누군가 홍익인간 정신에 바탕한 ‘한민족주의’(코리아니즘이라고 할까?)의 철학을 만들고, 벤구리온 같은 지도자가 나와 온전한 한민족 국가를 세우는 제2의 건국운동을 동포사회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시오니즘이 초래한 것과 같은 국제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주변국들을 잘 설득하여 최대한 평화로운 건국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민족이 온전한 한민족 국가를 세우는 것은 단순히 남북한이 하나 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필자는 한민족의 평화통일은 인류 평화를 위한 새로운 문명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지적하였듯이 새로운 문명은 서로 다른 문명들이 교차 충돌하는 곳에서 생기는데, 19세기 동북아시아는 가장 격렬한 문명충돌의 현장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민족이 우리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인류 최대의 정신문명인 기독교와 불교가 한반도에서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남북으로 나뉘어 70년 넘게 적대적 관계에 있지만 언제인가 음양상승과 정반합의 원리에 의해 세계 모든 종교와 정치적 이념들이 한반도에서 조화를 이루는 통섭의 새 문명이 한반도에서 나올 것이다.

이제 해방 100년이 23년 밖에 남지 않았다. 온전한 한민족 국가를 세우는 일은 큰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함께 마음 한번 돌리면 가능한 일인데, 지금껏 마음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듯이 평화를 세워야 할 첫 번째 장소도 우리의 마음이다”라는 유네스코 헌장의 뜻을 다시 새겨보자. 지금부터 재외동포들이 나서서 제2의 건국 운동을 시작해 광복 100주년에는 전 세계 동포가 하나 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