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부터 ‘영화’까지…인니에서 K문화 열풍

송지후 JIKS 10

K팝, K드라마로 시작한 인도네시아 한류 팬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은 이젠 한복 짓기와 규방공예로 넘어왔다.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한류 인기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문화원은 인도네시아 한류 팬들을 위해 그동안 태권도, 삼고무, K댄스, 서예, 부채춤 교실 등을 운영했다. 그리고 3∼4월에는 영역을 넓혀 한복 짓기와 규방공예 교실을 처음으로 열었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수강생들은 모두 한류 팬으로, 본 바느질서 시작해 색동 복주머니, 바늘방석, 규방 모빌, 마스크, 향낭 모빌, 조각보 등을 만들었다.

한국문화원 측은 교민 여성들을 강사로 발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한복 짓기·규방공예 초급반을 재개설하거나, 중급반을 이어갈지 검토 중이다.

한편, 2001년 한국에서 개봉해 전국 관객 약 500만명을 기록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인도네시아에서 재탄생하며, 한류 열풍을 이어갔다.

CGV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엽기적인 그녀를 리메이크한 인도네시아 영화 ‘마이 쎄시 걸(My Sassy Girl)’이 지난 23일에 개봉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밝혔다.

배우 전지현이 맡았던 역할은 인도네시아의 유명 아이돌 가수인 티아라 안디니가 맡았으며 배우 차태현이 연기한 역할은 인도네시아 청춘 배우 제프리 니콜이 맡았다.

‘마이 쎄시 걸’을 만든 파자르 부스토미 감독은 21년 전에 만들어진 원작보다 내용 설명을 더 넣어 관객과의 친밀도를 높이려 했다며 “내 관점과 해석으로 진정한 인도네시아판 엽기적인 그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타라 통신은 이 영화를 “미국과 인도, 중국, 네팔, 필리핀 심지어 리투아니아도 리메이크한 영화”라고 소개하며, 현지 관객들에게도 원작과 익숙한 장면을 통해 비슷한 감성을 보여준 점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CGV 인도네시아의 김형동 부장은 “아직 개봉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지금까지는 반응이 좋다”며 “관객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4위 수준의 약 2억8천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도 관객 수가 1천만명을 넘지 못할 만큼 영화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다.

이 때문에 관객 수가 100만명만 넘어도 흥행작으로 꼽히며, 이러한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인도네시아 영화들의 개봉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2013년 1천200만 관객을 동원한 ‘7번 방의 선물’의 영어 제목을 딴 ‘7번 방의 기적(Miracle in Cell No.7)’이 오는 9월 개봉하며, 배우 차태현 주연의 2010년 개봉작 헬로우 고스트의 인도네시아판 ‘헬로우 고스트(Hello Ghost)’도 10월 개봉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국내에서 2014년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 ‘스위트 20(Sweet 20)’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어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인도네시아 주요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또 2019년에는 영화 ‘여고괴담’을 리메이크한 ‘수니(Sunyi)’와 인도네시아판 ‘써니’인 ‘베바스(Bebas)’가 선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사업지원단의 김영수 센터장은 “한국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국 콘텐츠 열풍이 이제는 원작을 들여와 현지화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영화나 예능 등 다양한 장르로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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