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가 물밑 협상을 적극 추진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투자 지원에 나섰다. 전기차·배터리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인도네시아의 투자 유치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부·투자청(BKPM) 장관은 지난 25일 CNN인도네시아 등 현지 매체를 통해 “한국 장관과 7번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협력이었다. 라하딜리아 장관은 “다운스트림부터 업스트림까지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152조 루피아(약 12조7520억원) 가치로 LG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네시아 레포르마시(Reformasi·개혁)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7월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정부와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11억 달러(약 1조3210억원)를 쏟아 카라왕 산업단지 내 33만㎡ 부지에 연산 1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2023년 상반기 완공해 2024년 상반기부터 가동에 돌입한다.
니켈(N)·코발트(C)·망간(M)·알루미늄(A)을 활용한 NCMA 배터리를 생산, 현대차·기아의 차량에 탑재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카라왕 산업단지와 불과 10㎞ 떨어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초기 생산능력은 연간 15만대 규모며 향후 최대 25만대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양국 정부는 밀접히 소통하고 있다. 합작 투자를 적극 지원해 인도네시아를 전기차·배터리 핵심 기지로 키우겠다는 게 현지 정부의 목표다.
라하달리아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제조업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다른 기업들의 투자도 촉구했다. 그는 “CATL은 52억 달러(약 6조24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며 “폭스바겐과 바스프도 인도네시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유럽에서 막 돌아왔다”며 협상이 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폭스바겐, 바스프와 투자 논의를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다. 바스프의 경우 라하딜리아 장관이 2019년 독일 본사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었다.
라하달리아 장관은 폭스콘의 투자에도 감사를 표했다. 폭스콘 모회사인 홍하이정밀공업은 지난 21일 BKPM, 현지 업체인 인도네시아 배터리, 인디카 에너지, 대만 전기스쿠터 제조사 고고로(Gogoro)와 전기차(EV)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전기차·배터리 제조와 배터리 교체, 재활용 등 전기차·배터리 분야에 포괄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