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P는 영어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의 약자이다. 중국에서는 域內包括的經濟同伴者協定으로 부른다. 우리말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다. RCEP을 소리 나는 대로 읽어 알셉이라고도 한다.
RCEP 가입에 서명한 나라는 지금까지 모두 15개국이다. 아세안(ASEN) 소속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뉴질랜드 등이 서명했다. 서명국 중 3분의 2가 비준하면 발효한다는 규정에 따라 새해 벽두 공식 발효했다.
지난해 11월3일 호주와 뉴질랜드가 먼저 RECP 절차를 완료했다. 이어 아세안 6개국, 비아세안 3개국의 비준이 함으로써 발족 요건이 충족됐다. RCEP은 2012년 11월 협상에 들어간 지 8년 만인 2020년 11월 타결됐다.
한국은 2월 1일에 RECP 비준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RECP 15개 서명국의 경제규모는 가히 역대급이다. 국내총생산(GDP)과 무역액, 그리고 인구 면에서 각각 세계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거대 자유무역권이 출범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인 RCEP 경제권은 인구가 22억명, GDP는 26조20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아세안(ASEN) 10개국과 한·중·일 3국, 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경제 협력 공동체로 한 데 묶였다. RCEP는 미국 중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대항마 성격이 짙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무역 정책에 맞서 중국 주도로 RCEP가 추진된 것이다.
RCEP는 전 세계 무역 규모의 28.7%, 전 세계 인구의 29.9%를 차지해 가히 ‘최대 규모’라는 말이 나온다. 전 세계 인구가 10명이라면 3명이 손을 잡고 한 팀을 이룬 것이다.
한국은 중국·일본 등과 함께 RCEP 발효로 인한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 FTA를 체결한 바 있다. 다만 여러 국가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체결하다 보니 각 국가의 복잡한 절차와 규정으로 인해 실제 FTA 활용률이 낮아지는 일명 ‘스파게티 볼 효과’에 봉착했다.
두 나라간 FTA가 시장 개방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자 간 RCEP는 개별 상대국의 입장을 배려한 경제적 동반관계를 강조했다.
RCEP 발효 첫 효과는 관세율 인하이다. 1월1일부로 자동차 부품과 화학품 등 일부가 관세율이 제로가 됐다. 원산지 규정도 바뀐다. 기존에는 FTA 체결국에 우리 세탁기를 수출할 때 ‘한국산’ 제품 증명을 받아야만 무관세 등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국가마다 원산지 결정 기준과 증명에 필요한 서류 등의 요건이 달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됐다. RCEP는 15개 협정국을 역내국으로 묶어 역내 무역에 하나의 ‘통합 원산지 규정’을 적용한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온 원산지 증명이 간소화된다. 원산지 판정 기준도 완화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 기업이 제조·가공해 다른 FTA 체결국에 수출할 때 기존에는 나라별 원산지 기준에 따라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RCEP 발효 후에는 중국산 원재료를 한국산 원재료와 같은 것으로 보는 ‘재료 누적’ 기준을 적용해 원산지 결정 기준을 판정하게 된다. 기존에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품목들 상당수가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동차·철강 등 주력 산업과 섬유·기계와 같은 중소기업 품목의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CEP 발효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사실상 일본과 FTA 체결 효과를 누리게 됐다. RCEP는 그러나 수입자유화와 관세율 인하 폭에서 2018년 이미 발족한 CPTPP 에 크게 못 미친다.
RCEP의 첫 해 관세 철폐율은 91%이다. 거의 모든 품목(99%)의 관세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RCEP 발족으로 가장 큰 이득을 누리게 될 나라는 단연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의 미국의 포위망에 맞서 중국 위주의 경제권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중국보다 더 큰 이득이다. 일본은 RECP 발족으로 한국 및 중국과 처음으로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효과나 난다. 일본입장에서는 RCEP으로 인한 실질 GDP 증가 효과가 약 2.7%이다. CPTPP의 1.5%보다 훨씬 높다.
CPTTP의 규모는 연간 GDP 총 11조 달러, 인구 5억 이다.
CPTPP 회원국은 일본·호주·캐나다·브루나이·싱가포르·멕시코·베트남·뉴질랜드·칠레·페루·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다. 농산품과 공업품을 합친 평균 관세율이 한국 13.6%, 중국 7.5%, 베트남 9.5%, 인도네시아 8.1%로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평균 관세율이 높은 나라가 많이 참여해 일본 입장에서는 RCEP의 경제효과가 CPTPP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RCEP 회원국들과 이미 개별적으로 FTA를 맺고 있어 RCEP발족에 따른 효과가 일본보다 훨씬 적은 편이다.
일본입장에서는 RCEP이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그리고 번째 상대국인 한국과 처음 맺은 FTA라는 점에서 비상한 의미를 두고 있다. RCEP 발족으로 향후 10년 정도에 걸쳐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70%가량 품목의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제조업에서 경쟁력이 앞서 있는 일본으로서는 수출확대에 청신호가 울린 셈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분석에 따르면 RCEP 발효로 역내 무역액은 2%, 약 420억 달러(약 50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경쟁에서 유리해진 역내 국가가 역외 국가로부터 수출 수요를 빼앗아 오는 몫이 250억 달러이다. 관세 인하에 따른 단순 증가분은 1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RCEP 발족으로 가장 큰 혜택을 누릴 국가로 일본을 꼽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추산한 일본의 RCEP 역내 수출 확대 효과는 5.5%이다.
한국과 중국의 역내 수출 증대 효과 2% 보다 두 배 반 이상 많다. 일본은 특히 RCEP으로 자동차 부문의 역내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용 엔진 펌프 등의 관세율이 RCEP 발효와 동시에 철폐됐다. 엔진 부품들도 지금은 8.4%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발효 11년째 또는 16년째까지 없어진다.
RCEP 발효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포위망을 깨는 방편이 된다. 일본 입장에서는 RCEP 발효를 계기로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비해 한국의 이득은 별로 크지 않다. 한국은 오히려 농산품 수입자유화와 관세인하로 농가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RCEP 발족 이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다른 역내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역내 수출이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그대신 이들 나라들은 농산물수출에 더 이득을 볼 수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은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역외국들은 RCEP 역내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RCEP에 참여하면서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CPTTP를 외면했다. 그 댓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TPP는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고자 일본을 앞세워 만들었던 것이었다. RCEP는 그러한 TPP에 대항하고자 중국이 주도해 만들었다.
유럽연합은 그 동안 RCEP에 대해 시진핑의 중국이 아시아 국가를 편입하여 미국, 유럽 위주의 패권을 빼앗으려는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RCEP를 여러 차례 비난해 왔다. 이 와중에서 일본은 CPTTP룰 주도하면서RCEP에 가입했다.
우리 정부는 뒤늦게 CPTPP 가입의사를 밝히고 있다. CPTT P의장국인 일본은 노골적으로 한국의 가입에 비토를 놓고 있다. 일본의 방해를 뚫고 가입을 한다고 해도 뒤늦게 가입을 하는 불이익은 그대로 감수해야 하다. CPTPP에 처음부터 참여했더라면 우리의 입장을 많이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이미 만들어 놓은 CPTTP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통상외교의 실패이자 통상정책 참사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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