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귀임 우마르 하디 대사 서면 인터뷰]
“한국 비행기 첫 구매국가는 인도네시아”
“한국은 변화의 상징, 인니는 기회의 땅”
“한류 사랑하는 인니 다룰 때 주의해야”
우마르 하디(54)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4년 4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30일 귀임한다. 그는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출연한 다큐멘터리영화 ‘발리: 파라다이스의 비트’가 미국 아카데미상 심사대상에 올랐을 정도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한국일보는 29일 자카르타에서 서면으로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특급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양국 우호관계 강화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재임기간 기억에 남는 일은 뭐였나.
“서울 남대문, 동대문, 마장동 그리고 부산 해운대 등 전통시장 분위기에 감명받았다. 부산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대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등 한국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의 다양한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한국 국민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대학 시절 한국의 북방 정책을 연구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한반도 안정을 목표로 경제 및 무역 수단을 활용해 북한을 포함한 중국, 옛 소련, 동유럽 국가들에 접근하는 정책을 발전시켰다. 4년 넘게 한국의 변화를 직접 목격했다. 한국의 여러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의 모임인 한국인도네시아연구자협회(APIK) 설립도 도왔다.”
–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마디로 변화시키는(transformative) 나라다. 한국은 정치, 경제, 국민들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성공한 나라다. 특히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문화로 변화하는 모습이 영감을 준다. 한국은 기후 변화 위협 대처 및 녹색 기술(green technology) 개발의 전 세계 선두주자 중 하나다.”
– 한국인에게 인도네시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회’라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전기자동차 통합 생산 합작 투자를 시작했다.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 식품 생산과 가공, 제약 및 의료기기, 디지털, 친환경 산업 등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더 많이 진출하리라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오지 학생들에게 한국 스타트업이 디지털 교육의 장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싶다.”
– 한국형 전투기(KF-21/IF-X) 공동 개발 분담금 연체 문제로 인도네시아를 불신하는 목소리도 있다.
“양국의 우정이 돈독해서 공통된 해결책을 얻기 위한 논의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투기, 잠수함 등 방위산업 협력은 양국 모두의 우선 순위다. 당장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KT-1 웅비 훈련기와 T-50 골든이글 등 한국이 만든 비행기의 첫 번째 구매국가가 인도네시아라는 사실을 한국 국민이 기억해주길 바란다.”
– MBC 도쿄올림픽 개회식,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 등에 인도네시아 관련 부적절한 설명과 묘사가 방영돼 현지에서 논란이 됐다.
“매우 유감스럽다. MBC에 항의 서한을 보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답을 받았다. 드라마 ‘라켓소년단’의 경우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요즘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다른 민족과 인종을 다룰 때는 주의해야 한다. 한류 팬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 국민을 화나게 하는 건 드라마 자체로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SBS 측에 건의했다.”
마지막으로 하디 대사는 양국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외국의 식민 지배, 독재 통치, 극심한 가난을 경험했으나 현재 인권을 존중하고 개방된 시장경제 체제를 운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를 향한 한국 국민의 우정, 연대, 높은 관심에 감사합니다.” <한국일보 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