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로 ‘인체 실험’을 추진한다.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임상연구 기업 에이치비보(hVivo)가 실험실에서 배양한 델타 변이로 인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진은 자원자 감염에 사용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엄격한 통제 아래 델타 변이를 배양하고 있다.
이번 실험은 영국의 코로나19 ‘휴먼 챌린지’ 실험의 새로운 단계다. 영국은 연초부터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를 의도적으로 자원자들에게 노출시키는 인체 실험을 해 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에이치비보가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진은 연초부터 의료 감독 하에 오리지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건강한 젊은 자원자 40여 명에게 노출시켰다.
이후 델타 변이가 등장해 전 세계적 우세종이 되면서 백신 효능 저하와 확진자 급증을 야기하자 연구진은 델타 변이 실험실 배양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WSJ는 일부 학자와 연구원, 정부 관료들 사이 챌린지 실험은 안전하지 않으며 비윤리적이라는 반발이 나오지만 이런 실험은 바이러스나 병원체 연구에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도 코로나19 휴먼 챌린지 연구를 추진했지만 영국에서만 진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약사 중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로 임상시험에 진입한 기업은 총 7곳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HK이노에느 큐라티스가 그 대상이다.
이들은 개발 막바지인 임상 3상을 어떻게 완수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원래 임상시험은 위약(가짜약)보다 시험백신의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식약처는 위약을 맞을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한해 기존 허가 백신과 시험 백신을 견줄 수 있는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달 10일 국내 최초로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런 방식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자사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면역원성을 견줄 예정이다. 프랑스 발네바사(社)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시도다.
다만 이렇게 임상을 거친 백신이 해외 규제기관의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인 만큼 수출을 주요 전략으로 택한 기업은 전통적인 임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보다 한 달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글로벌 임상 2·3상을 승인받은 제넥신은 현지에서 대규모 임상을 앞두고 있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에서 5천명, 다른 국가에서 5천명을 모집해 총 1만명을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을 수행할 예정이다.
제넥신은 백신 개발을 완료하면 인도네시아를 위주로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임상 2·3상 승인을 내리기도 전인 올해 4월 이미 제넥신 백신 1천만도스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등 임상 1상 막바지 혹은 임상 2상 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비교임상 방식이 차선책이라고 보고 있다.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진원생명과학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하는 비교임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1회 접종용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셀리드는 얀센 백신과 효과를 비교할 계획이다. 두 백신은 접종 횟수뿐 아니라 백신 플랫폼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로 같아 대표적인 ‘짝꿍 백신’이다.
유바이오로직스 역시 비교임상 3상을 수행할 예정이지만, 아직 대조백신을 어떤 회사의 것으로 할지는 정하지 않은 상태다.
가장 최근에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이노엔과 큐라티스는 아직 임상 3상 수행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국내에서 mRNA 백신 관련 기업으로는 한미약품이 꼽힌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mRNA 핵심 원료 6종의 합성에 성공한 한미약품그룹 계열사인 한미정밀화학을 현장 점검했다. mRNA 백신 대량 생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임종윤 바이오협회 이사장(한미사이언스 대표)은 “한미는 12개월 내 최대 3억 도즈 분량의 원료를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이며, 전세계 공급 부족 상황에 놓인 mRNA 핵심 원료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mRNA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모더나, 바이오앤테크, 큐어백 등 글로벌 mRNA 코로나19 백신 업체들과 위탁생산 수주를 위해 논의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은 mRNA 백신의 대규모 생산기반 및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협의를 약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 기술을 접목해 대량 생산 공법을 연구하고 mRNA 코로나19 백신 등 상용화에도 협력할 예정이다.
양사는 자체 보유한 핵심 기술을 최적화해서 mRNA 백신의 대규모 생산을 위한 차세대 생산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mRNA 백신의 공동 연구 및 사업화를 포함한 포괄적인 글로벌 핵산 사업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파트너가 된다.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큐라티스도 2020년 8월에 완공된 충북 오송 신축 공장에 mRNA 백신 생산에 필요한 공정을 갖추고 있다.
이 공장에서 RNA 합성을 통한 원액 생산, mRNA와 LNP(지질나노입자) 생산 등 원액에서 완제품까지 모든 공정을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연간 7억5000만 도즈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큐라티스는 “mRNA 백신을 포함한 다양한 백신의 항원 원액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한 상황”이라며 “생산을 위해 필요한 탱크류, 생물반응기, 정제 장비 등 기본적인 모든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 “mRNA 전달물질인 LNP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무균주사제 바이알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고압균질기, 충전라인, 자동이물검사기 등, 완제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필요 시 빠른 시간 내 mRNA 백신 생산을 위한 시설 가동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미약품과 함께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GC녹십자와 에스티팜도 mRNA 관련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에스티팜은 mRNA 백신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LNP(지질나노입자) 기술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에스티팜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제네반트 사이언스의 LNP 약물 전달체 기술을 이용해 mRNA 백신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상태다.
GC녹십자는 완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창 공장에 완제의약품 대량 생산이 가능한 통합완제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10억 도즈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GC녹십자가 화순 공장에 mRNA 백신 원액 생산을 위한 설비를 갖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모더나 백신의 완제 생산을 맡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에도 mRNA 백신 원액 생산을 위한 설비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는 원액 생산을 위한 기술 이전에 대해서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진은 양이온성 리포솜을 mRNA 전달체로 개량해 사용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LNP 사용 mRNA 백신은 영하 20~70도의 콜드체인이 필요하지만, 양이온성 리포솜은 2~8도 보관이 가능하다. 내달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기 임상시험에 쓰일 생산설비 구축을 준비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도 2022년까지 1억 도즈의 mRNA 백신 생산·공급을 목표로 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충북 오송 부지면적 5300평에 완전자동화 mRNA 백신공장을 12개월 내 건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백신 원료인 지질 CMO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연제약 역시 최근 mRNA 기반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엠디뮨과 바이오드론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도입에 관한 라이선스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엠디뮨의 CDVs를 이용한 바이오드론 약물 전달 기술에 mRNA 봉입 기술을 적용해 mRNA 기반 백신 및 희귀유전질환 치료제의 비임상·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양홀딩스는 올릭스의 자회사 엠큐렉스와 코로나19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mRNA 및 이를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약물 전달체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 치료제는 다수 존재한다. 대웅제약은 먹는 코로나19 경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의 임상 2b상을 최근 마쳤다. 코비블록은 ‘호이스타’라는 이름으로 10여 년간 처방된 췌장염 치료제다. 사람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막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염증을 개선한다.
또 부광약품은 간염치료제로 개발됐던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를 코로나19 경증~중등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의 경우 최근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경증~중등증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진행했다.
코에 뿌리거나 흡입하는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여러 업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코에 뿌려 코로나19 감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약도 개발 중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최근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UI030’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이 약은 천식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제품으로 항염증 작용과 기관지 확장 작용을 해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
진원생명과학은 축농증 치료 후보물질이던 ‘GLS-1200’을 코로나19 감염 억제 약으로 개발 중이다. 6시간마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 개발한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의 2상 탑라인 결과 바이러스의 음성 전환율은 대조군과 차이 없었지만 바이러스 억제 효과에 대한 근거와 임상지표의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봤다.
현대바이오는 지난달 유영제약과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 위수탁 제조 및 제조를 위한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셀트리온, 제넥신, 종근당, 대웅제약, 부광약품, 신풍제약 등 14개 업체가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부광약품의 클레부딘,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카모스타트, 대웅제약의 카모스타트와 니클로사미드, 제넥신의 GX-I7, 셀트리온 CT-P59, 한국엠에스디 MK-4482, 뉴젠테라퓨틱스의 나파모스타트, 동화약품의 DW2008S, 이뮨메드의 hsVSF-v13, 녹십자웰빙의 라이넥주, 종근당의 CKD-314,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VIR-7831,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UI303이 그 대상이다.
이 외에도 진원생명과학은 북마케도니아 보건당국에서 경구용(먹는 약)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GLS-1027’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고, 현대바이오는 유영제약과 코로나19의 경구치료제 CP-COV03의 위수탁 제조 및 제조를 위한 제형개발 계약을 대주주인 씨앤팜과 3자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 중 셀트리온과 대웅제약, 종근당, 신풍제약 등이 임상 3상에 진입한 상태다. <pinpoin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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