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리더십 워크숍에서 스티븐 코비 박사가 청중을 향해 물었다.
“여기 운전하기 바빠서 주유소 들릴 시간이 없다는 분 안 계십니까?”
청중들은 모두 큰 소리로 웃었는데, 그 중에는 가슴이 뜨끔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비근(卑近)한 예로 일에 쪼들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에 소홀한 사람이 얼마나 부지기수인가?
몸의 건강만 건강인가, 마음과 몸이 하나라는 사실에 눈을 돌려보면, 일이라든지, 현안 문제에 매달려 정신적 건강이 피폐(疲斃)되어 가는 것을 방치(放置)하고 있는 일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주유소에 들려 연료를 재충전(再充塡)하는 일을 계속 미루고 있다면 언젠가는 가솔린 탱크가 바닥나고 차를 길 한복판에 세워야 하는 일이 오는 것처럼, 건강도 이를 쇄신하고 재충전하는 일을 계속 미룬다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건강이라고 한 마디로 표현하였지만, 코비 박사는 자기리더십[Self Leadership]의 명제(命題)로서 네 가지 측면의 건강을 염두에 두고 이를 쇄신(刷新)하라고 말한다. 신체적(身體的), 정신적(精神的), 영적(靈的) 건강의 쇄신, 그리고 관계(關係)의 쇄신, 이렇게 네 가지이다.
‘신체적 쇄신’을 이루는 것은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한다. 첫 번째는 정기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체력 조건에 맞추어 하루에 얼마 만큼이 되든 적당량의 운동을 빠짐 없이 하는 것이 그것인데, 아다시피 ‘빠짐 없이’라는 것이 주도성[Proactivity]을 시험하는 큰 도전이 된다.
‘코로나19’를 빌미로 자발적 폐관(閉關)을 선택한 요즘의 내 경우는, 매일 호흡과 알아차림[Sati] 위주의 좌선(坐禪)을 한 시간, 서늘한 저녁 시간을 기다려 아내와 함께 아파트 경내(境內) 걷기 한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신체적 쇄신을 이루는 두 번째 노력은 영양소(素)의 투입[Nutrition]인데, 일반인의 경우 나이 40세가 넘어서면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 효소가 많다 하며, 이 중 필수적인 효소, 미네랄 등은 외부에서 확보하여 투입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쇄신’의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가솔린 탱크에 남은 연료의 양(量)을 눈금으로 표시해 주는 계기(計器)가 없기 때문이다. 이 탱크의 충전은 주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인지 우선 정량적(定量的) 목표를 설정하라. 그리고 나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의 리스트를 만들어 시작하라는 것이 쇄신을 위한 실질적 충고이다.
달라이라마의 충고(忠告)를 따라,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이전에 전혀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또는 눈에 띄는 대로 리더십/코칭 세미나 등에 참여하는 것 등도 정신적 쇄신을 위한 좋은 처방인데, 요즘은 여행도 금기(禁忌), 모임도 금기이니 조금 더 이 팬데믹이 가라앉을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요즘에는 ‘유튜브’에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 이를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칩거(蟄居)하며 새로이 발견한 즐거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이 세계의 청중을 위해 공짜로 제공하는 오페라 공연 비디오를 감상(鑑賞)하는 것과 TED 의 비디오 클립 중 리더십/코칭 관련 내용을 듣고 필요한 부분을 재편집하여 4분 이내 짜리 축약(縮約)된 강의 자료로 정리해 두는 일 등이다.
‘영적 쇄신’을 이루기 위하여, 종교인(宗敎人)의 경우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명상, 기도, 참선하며, 또한 여러 가지 봉사 기회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영적 세계를 늘 새롭게 유지할 수 있다.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거나, 참선/명상의 기회에 이르지 못한 사람의 경우는 자신의 사명서[Personal Mission Statement]를 만들고, 이를 새롭게 하는 일 등을 영적 쇄신을 이루는 방법으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코칭 이야기 7번째 ‘삶의 나침반 만들기’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최근에 ‘홍익학당(弘益學堂)’ 윤홍식 원장의 다양한 유튜브 강의 내용을 선별(選別)하여 들어 보았는데, 여러 종교와 철학의 영적(靈的) 공통지향점을, 공부하는 본인[學人]의 체험(體驗), 증오(證悟)와 개념화(槪念化) 노력을 통해 잘 정리하여 놓은 점이 아주 값진 참고가 되었다. 특히 성리학(性理學)의 ‘명덕(明德)’과 기독교의 ‘성령(聖靈)’, 초기 불교의 ‘열반(涅槃)’,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의 ‘진여(眞如)/6바라밀(波羅蜜)’을 함께 꿰어 정렬한 것을 경이(驚異)롭게 보고 공부 삼았다.
쇄신의 마지막이자 앞의 세 가지 못지 않게 중요한 분야는 ‘관계[關係-Relationship]의 쇄신’인데, 이것은 나와, 내게 소중한 타인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信賴)의 잔고(殘高)를 늘여 나가는 작업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어느 경우나 두 사람만의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의 양(量)을 잔고로 하는 계좌[Account]가 하나씩 생겨나는데 이를 코비 박사는 ‘감정은행계좌[Emotional Bank A/C]’라고 명명(命名)하였다.
상대방에 대한 친절, 배려, 호의,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는 것, 자신의 잘못에 대한 솔직하고 신속한 사과(謝過), 그 자리에 없는 제3자의 흉을 보지 않는 행위 등은 이 계좌에 예입(預入)하는 행위가 되고 그 반대는 인출(引出)이 된다. 관계의 쇄신이란 이 계좌에 뜻하지 않은 인출이 생기지 않았는지 늘 점검하고, 끊임없이 예입하는 행위를 일컫는 것이다.
지난 8번째 코칭 이야기 ‘우선 순위의 관리’에서 스스로 소중한 일의 리스트를 작성해 본 분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의 목록에 올라간 일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가? 이들은 모두 관계를 새롭게 하고 강화하는 ‘감정은행계좌 예입’에 관련되어 있었다.
일과 나와의 관계, 내 안에 있는 여러 ‘나’ 사이의 관계, 그리고 나와 소중한 타인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쇄신하는 일들이다.
쇄신은 지렛목을 옮겨 힘의 효과성(效果性)을 높이는 일, 활의 시위를 당겨 팽팽하게 하는 일 등과 같은 창조적 긴장(創造的 緊張)을 유지하는 일이므로, 나무꾼이 자신의 톱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톱 날을 가는 일[Sharpening the Saw]에 비유된다. 이 일들은 그 중요성으로 보아 우리가 현재 직면한 어떤 일과 비교하여도 분명히 그 우선순위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긴급(緊急)하지 않은 일로 치부(置簿)하고 미루게 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에 속기 때문이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앞의 네 가지 분야에 대한 쇄신을 실행하기로 마음 속으로 결심한 독자가 있었다 하자. 그가 오늘 결심한 쇄신의 행위를 며칠이나 지속할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하여는 이미 옛날부터 정답이 나와 있다. 길어야 3일이라는 것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이 있는 연유(緣由)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실행 상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그것도 이미 해답이 나와 있다. 삼일(三日) 마다 작심(作心)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쇄신을 통한 자기 발전은 언제나 ‘결심(決心)-실행(實行)-좌절(挫折)-결심-실행’이 되풀이되는, 그러나 어느 순간 돌아와 자신의 떠난 자리를 저만치 아래에 내려다 보게 되는, 나선형(螺旋形) 의 향상 곡선이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성현들이 ‘정진(精進)’을 권면하는 말씀을 그처럼 많이 남기실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코칭 프로세스 속에서도, 고객으로 하여금 쇄신의 나선형 향상을 이루도록 ‘정진’을 ‘이끌고, 돕고, 확인[Lead/Help/Check]’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코치의 임무가 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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