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이야기 17] 공명(共鳴)의 힘 – 코칭의 작동기제 3

어떤 성공한 사업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 보았으나 결과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친구인 의사를 찾아가 통사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친구인 의사는 그가 가져온 검사 데이터를 훑어보고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더니, 밀봉한 처방전 네 장에 순서를 매겨 내밀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가 이를 세 시간마다 순차적으로 개봉하고 거기 쓰여진 지시대로 이행하라고 일렀다.

사업가는 미심쩍은 마음을 누르고 의사 친구의 처방을 따랐다. 어릴 때 놀던 해변가를 다음 날 아침 일찍 홀로 방문한 것이다. 세 시간마다 개봉한 처방전 각각에는 눈에 익은 친구의 달필(達筆)로 각기 아래와 같은 글들이 쓰여져 있었다. 내면기행(內面紀行)의 로드맵이었던 셈이다.

“귀 기울여 들어라(Listen Carefully)”
“과거로 돌아가보라(Try Reaching Back)”
“삶의 동기들을 재검토하라(Re-examine Your Motives)”
“남은 걱정을 모래 위에 써라(Write Your Worries on the Sand)”

해변에서의 하루를 파도 소리, 물새 울음에 귀 기울이는 처방으로부터 시작하여 내면기행으로 보낸 사업가는 자신의 병이 그릇된 삶의 동기, 밝혀지지 않은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온 것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1960년,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렸던, ‘아서 고든’의 통찰력 있는 글 ‘해변에서의 하루’를 뼈대만 추려 요약한 것이다. 추억의 장소 속에 홀로 앉아, 세 시간의 ‘들음’으로부터 내면기행을 시작한다는 것이 필자의 고교시절 어린 마음에 와 닿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7이 경우 코치의 역할을 맡아준 의사 친구는 사업가의 내면에 얽혔던 잡다한 질곡(桎梏)을 풀어, 자연의 섭리로부터 오는 진동에 공명하게 함으로써 그의 복원력(復元力)을 회복시켜주었던 것이다.

언젠가, 수요일까지는 과제 수행한 결과를 보내오고 금요일에 만나 이어지는 코칭 세션을 갖기로 약속한 한 여성 고객이, ‘몸이 아파서 과제 수행을 못했으니 코칭 세션을 다음 주로 미루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양해를 구해오더니, 잠시 후 다시 생각을 바꾸어 몸과 마음이 함께 불편한 것 같다고, ‘이 점을 코칭 주제로 삼아 금요일 코칭 세션을 예정대로 진행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도와주는 것이 코치의 본분이라는 생각에서 응낙하고 금요일을 기다려 만나보니, 과연 입술에 터진 열꽃 자국이며 핼쑥한 얼굴이 몹시 안쓰러웠다.

이런 경우 코치는 ‘함께 있어 주기’ 코칭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이다. 고객의 고유 진동수에 자신의 진동수를 맞추고, 고객이 아픔에서 도망치려 할 때 오히려 이를 붙잡아 심화(深化)하는 내면기행을 통해 이에 직면하게 하는 동시에, 그 아픔을 겪는 과정, 그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는 과정에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코치의 임무이기도 하다.

가끔 씩 ‘지금의 느낌은 어때요?’ ‘비유한다면 어떤 느낌?’ 등 짧게 질문할 뿐,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코칭이라 할 수 있다. 느낌을 묻는 것은 고객을 상념(想念)으로부터 현재(現在)로 데려 오기 위한 기법(技法)이다.

소리굽쇠의 공명 현상을 살펴보면, 두 소리굽쇠의 고유진동수가 같은 경우 망치로 쳐서 물리적 진동을 일으킨 한 쪽 소리굽쇠의 에너지가 파동에 의해 전달되어 가만히 놓아둔 다른 소리굽쇠의 물리적 진동까지 야기(惹起)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객과 코치 사이에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도 이와 같은 파동 현상이어서, 고객과 진동수를 맞출 수만 있다면,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고객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았던 트라우마(Trauma)의 껍질이 깨어지는 것을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게 된다.

선임하사관의 구령에 따라 대오(隊伍)도 정연하게 발을 맞추어 행진하던 군대가 다리를 지나가게 되었다. 선임하사관이 다리 앞에 오자 갑자기 행진을 멈추게 하더니, “제걸음으로 가!”라고 명령한다. 모두들 대오를 흐트러뜨리고 제각기 자유 보폭(步幅)으로 걸어서 질서 정연하던 대열이 금시 오합지졸 같은 모습이 되었다. 무슨 이유인지 물어보니, 다리와 같은 구조물을 지나갈 때는 이와 같이 대오를 헤뜨려 규칙적 진동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도록 야전교범에 쓰여져 있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것은 강제진동을 방지하려는 과학적 근거에서 시작된 규범이다. 구조물은 그 형태가 확정되면 일정한 고유 진동수를 갖게 되는데, 이 구조물의 고유진동수와 우연히 일치하는 진동수를 가진 파동이 비록 작은 규모로라도 가해지면 강제진동이라는 현상이 일어나 종국에는 진동의 폭이 무한대로 커지고, 결국 자체 진동의 확산에 의해 구조물이 무너지고 파괴되는 현상이 생긴다는 파동의 법칙이다. 실제로 오래 전 영국에서 군대가 발맞추어 다리를 건너는 과정에서 이유 모르게 교량이 무너진 사례가 있어 정밀 조사해본 결과, 그 이유가 강제진동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런 물리적 법칙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류에게 알려져 있던 법칙이었다는 것이, 구약성서 여호수아 6장 ‘여리고(Jericho) 성의 함락’ 기록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 백성이 나팔소리를 듣는 동시에 크게 소리 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 지라.’

이 현상이 당시의 지진에 의한 것이었다는 일부 문헌도 있지만, 필자에게 묻는다면 강제진동의 현상이라는 데에 한 표를 던지겠다.

그날의 여성 고객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더니, 코치가 건네 주는 손수건에 눈물을 닦고, 결연하지만 밝아진 얼굴이 되어 돌아갔다. 코치에 의한 ‘함께 있어 주기’ 공명기제(共鳴機制)가 잘 작동한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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