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이야기- 8) 무엇부터 할 것인가? 우선순위의 관리

‘자기리더십’의 첫 두 가지 원칙에 대하여 지난 두 차례 연재물에서 이야기 하였다.

주도적으로 나의 삶을 선택하되 [‘멈춤과 선택’], 소명을 갖추고 이를 향해[‘삶의 나침반 만들기’] 나아간다. 다음 원칙은 이를 실천함에 있어 어떻게 그 우선 순위를 정할 것인가 하는 과제인데, 마침 졸저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에 이와 관련된 부분이 있어 가져왔다.

여섯 번째 글에 실렸던, 랜디 포시 교수 ‘마지막 강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기로 하자.

시한 부 인생을 선고 받았을 때, 그에게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비탄하는 일을 멈추고, 남은 몇 개월의 시간을 의미 있는 일들로 채우기로 주도적인 선택을 했을 때, 아마도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은 매우 뜻 깊고, 높은 우선순위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세 아이가 자라서 이 강의의 영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가 준비했을 한 구절 한 구절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눈물을 수반한 것은 아니었을지?

아이들은 자신의 일부라고 늘 생각해 왔지만, 시한부 삶의 선고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존재하게 될 냉엄한 간극(間隙)을 뚜렷하게 만든다. 내가 사라지면 무엇이 남는가? 관계가 남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소중한 것은 모두 관계 속에 존재했었다. 그러므로 여든 살의 생일에서 남기든, 아니면 47세 되는 해의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남기든, 높은 우선 순위의 것들은 다 소중한 관계 속에 저장될 유산(Legacy)의 풍성함이었던 것이다.

이번 서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도 콜 센터의 열악한 물리적 업무 환경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콜 센터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에게 물어보니, 환경 뿐 아니라, 그들 8시간의 근무 내용이 모두 위기관리의 연속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고객은 이미 대화가 시작되기 이전에 감정이 폭발 단계까지 올라 있어 아주 작은 불친절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긴장의 연속을 완화하기 위해서 직원들은 ‘먼저’ 스스로의 마음을 관리하는 기법을 위시하여 고객의 마음을 가라앉히게 하는 여러 가지 기법을 교육받고 실행한다. 위기 관리라는 긴급한 일보다도 ‘먼저’ 해두었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소방관소방관의 위기관리는 근무시간의 몇 %?

위기관리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119 대원. 그들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제 현장 투입되는 시간은 근무 시간의 몇 %나 될까?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5% 수준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5% 의 근무 시간은 무엇에 사용하는가? 예방, 점검, 계획, 훈련, 기술개발, 출장교육 등에 투입한다는 것인데, 이 시간을 어떻게 잘 쓰느냐에 따라 위기관리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과 나의 관계를 ‘미리’ 잘 정리해 두어야 높은 효과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느 잘 나가는 중견 기업의 사훈(社訓)이 ‘미리미리’인데, 과연, 강사의 출강료(出講料)까지도 ‘미리’ 지급하더라는 우스개 비슷한 탄사(歎辭)를 동료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이 생각난다.

우리의 삶을 지속되는 위기로 둘러싸이게 놓아둘 것인가, 창조적 긴장과 재충전의 리드미컬한 반복이 있는 나선형 상승으로 발전시켜 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는 우선순위 설정의 습관을 실행하고, 체면치레, 인기관리 등 마음에 솔깃한 여러 일에 대해 단연코 “No!” 하는 주도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중한 것을 어떻게 결정하고 어떻게 그것부터 실행하는 삶의 패턴을 만들 수 있을까?

워크숍을 진행할 때에는, 참여자들에게 이를 직접 물어보게 된다. ‘당신에게 소중한 것을 다섯 가지만 써본다면?’ 또는 ‘여분의 시간이 하루 세 시간씩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 등이 그것인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여기서 꼭 읽던 글을 덮어 놓고,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리스트를 만들어 보시라.

틀림없이, 가족, 친구 등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 갖기, 건강관리, 여행, 독서 등 자기개발, 명상이나 나만의 시간 갖기, 부모님 찾아 뵙기, 봉사활동 하기 등의 일들이 소중한 일 목록의 주류를 이룬다. 돈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는데, 더 들어보면 돈 자체보다는 위에 열거한 소중한 일들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확보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소중한 것들의 목록에 올라간 일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가? 이미 알아 채었겠지만, 이들은 관계를 새롭게 하고 강화하는 일에 관련되어 있다.

일과 나와의 관계, 내 안에 있는 여러 ‘나’ 사이의 관계, 그리고 나와 소중한 타인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쇄신하는 일들이다.

이것들이 소중한 일이라면, 주어진 시간에 이것들부터 ‘먼저’ 하라는 것이 코치가 하는 제안이다.

어느 것이 소중한 일인지 그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본인의 가치관이다. 때때로 가치관이 흔들리기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 원칙과 충분히 접근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지적해 주는 일도 코치의 몫이다.

초등학생 아들을 키워본 직장인이면 누구나 경험해본 일이다.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아들 녀석이 부른다.

“아빠, 오늘 일찍 들어와서 나하고 축구 해야 해.”

“그래, 일찍 들어 올게.”

대답이야 선선하다. 녀석이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저렇게 아빠와 놀아 달라고 조르는 것도 지금 한 때 뿐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자 옆 사무실의 동료에게서 전화가 온다.

“김 차장은 좋다는데, 셋이서 소주 한잔 어때? 오늘은 내가 쏠게.”

‘아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Sense/Feel]이다.

‘축구야 내일 해줘도 되지 뭐, 저 친구들과 술 마신 지도 꽤 됐지 아마…’ 자기배반[Self-betrayal]의 순간이다.

‘술 마시다 보면 무슨 중요한 얘기가 있을지도 몰라. 게다가 짠돌이 저 녀석이 모처럼 쏜다는 건데, 이 기회를 놓치면 그야말로 손해지. 아들! 오늘은 공부하고 내일 축구 하자.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공부는 안하고 너무 축구 같은 노는 데만 정신을 파는 것 아닌가?’ 자기기만[Self-deception]이 이어진다.

아빈저 인스티튜트(Arbinger Institute)라는 리더십 연구기관에서 발간한 책자 ‘Box in, Box out’에 나오는 상황을 우리 현실에 맞게 각색해 본 것이다. 원칙 위에 서있지 않은 가치관은 이처럼 취약하다. 아들과의 신뢰 관계에 초래할 상처의 깊이를 제멋대로 가볍게 보아, 우선순위를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스스로를 자기기만의 상자[box] 속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들이 훗날 사춘기에, 아니면 더 자라서, 당신이 무언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자 시도할 때, ‘알았어요’ 한 마디 던지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면, 그것이, 위에서 처럼, 당신이 언젠가 저지른 자기기만 행위에 대한 어김없는 인과응보임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 독자 여러분이 Stop/Think/Choose 를 통해 이미 주도적 습관을 확립하였고, 사명서 작성을 통해 내 삶의 나침반을 구비하여 가졌다면, 이제는 세 번째 실행의 단계에 들어가 높은 우선 순위의 일을 찾아 실행하여야 하는 ‘자기리더십’의 마지막 단계 일이 남았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실행하겠다던 당신의 리스트를 찾아 펼쳐 놓고, 그 일부터 ‘지금 당장’ 실행하라는 것이 우선순위 설정에 관한 코치의 도움말이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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