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르나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Friday, August 08, 2014)

한상재 칼럼

지난 뿌아사 금식기간 자카르타에서 북 말루쿠(Maluku Utara) 주도인 떼르나떼(Ternate)시로 가는 가루다(Garuda)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해프닝입니다. 갑자기 한 남자 승객이 벌떡 일어나 비행기 외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막 화를 낸 것입니다.

승객들 대부분은 깊은 잠에서 깨어 나 소리나는 쪽을 바라 보았습니다. 웬 남자가 자리에서 불쑥 일어나더니 뭐라뭐라 소리소리 지르며 화를 내고 있습니다. 놀랜 승객들은 비행기에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으로 알고 침묵하며 지켜 봤습니다.

비행기 승무원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저 바쁘게 아침 식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좀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화를 내고 있습니다. 승객들은 그 남자가 뭣 때문에 그렇게 화를 내는지 알아 보려고 열심히 비행기 밖을 쳐다봤습니다.

그러나 비행기 밖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비행기 날개 끝의 빨간 불만 깜박였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동이 터오는 지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이 반사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비행기 밖으로 흰 구름이 휙휙 지나고 있습니다. 그 때 나는 그 남자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이고 알아 차렸습니다. 그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바로 라마단 단식이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아침 식사도 하지 못했는데 비행기 밖은 벌써 밝아온다는 지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아주 율법을 잘 지키는 신실한 이슬람 신자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동이 튼다는 사실을 알리고 기도를 준비하고 싶은데 아침 식사를 승무원이 느리게 나눠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 분에게 이런 상황은 반사적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무슬림이 지켜야 할 율법을 본의 아니게 어기게 된 것입니다. 무슬림들은 라마단에 단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침 밥도 먹기 전에 해가 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밥을 먹자니 율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먹지 않자니 저녁 때까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돼 배가 고플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비행기 승무원들이 그것을 알지 못하고 이렇게 해가 뜬 다음에 아침 밥을 나눠 주느냐 하는 일종의 종교적 항의를 하였던 것입니다.

떼르나떼 시간은 자카르타보다 2시간 빨리 갑니다. 그러니까 일찍 해가 뜨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승무원들이 좀더 일찍 밥을 나눠 줬어야 했습니다. 2시간 먼저가는 것을 감안해서 해가 뜨기 전에 아침 식사를 제공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 안의 승무원들은 그저 자기 시간에 맞춰 아침 식사를 서비스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승무원들은 아침 식사시간을 지나쳐 버렸고 그 남자 승객은 종교적으로 혼란을 겪은 것 같았습니다.

어쨋든 다시 비행기 안은 밥을 먹느라 조용해 졌습니다. 그는 밥을 먹지 먹지 않았습니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화장실 쪽으로 갔습니다. 주변에서 아침 밥을 먹는 승객들을 보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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