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14년의 기다림 끝에 아세안 11번째 회원국으로… 동남아 지형 변화 예고

동티모르 지형 국기

2011년 가입 신청 후 14년 만에 결실… 정상회의서 만장일치 공식 승인

구스마오 총리 “역사적인 날, 국민의 꿈 실현”… 경제·외교적 도약 기대

[쿠알라룸푸르=한인포스트] 동남아시아의 신생 독립국 동티모르가 14년간의 긴 기다림 끝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11번째 정식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아세안이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인 것은 1999년 캄보디아 가입 이후 27년 만의 일로, 역내 지정학적·경제적 지형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한 제45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10개 회원국 정상들은 동티모르의 정회원국 가입을 만장일치로 공식 승인했다. 이로써 동티모르는 2011년 3월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지 14년 만에 아세안의 일원이 되는 역사적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날 정상회의에 참석한 샤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는 승인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은 동티모르의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는 동티모르 국민의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이자, 독립 이후 국가 재건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걸어온 우리의 지난한 여정을 국제사회가 강력히 인정해준 것”이라고 평가하며, 아세안 회원국들의 지지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 험난했던 독립의 역사, 그리고 14년의 기다림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과정은 21세기 독립 국가의 험난했던 현대사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인구 약 140만 명의 동티모르는 16세기부터 약 450년간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불과 9일 만에 인도네시아에 강제 점령 및 병합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후 24년간 이어진 인도네시아의 통치 아래 동티모르 국민들은 끈질긴 독립 투쟁을 벌였고, 유엔의 중재로 1999년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독립을 결정했다. 3년간의 유엔 과도 통치를 거쳐 2002년 5월 20일, 21세기 최초의 독립 국가로 공식 출범했다.

독립 직후부터 동티모르는 국가의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해 역내 가장 중요한 협력체인 아세안 가입을 최우선 외교 목표로 삼았다. 마침내 2011년, 당시 아세안 의장국이던 인도네시아에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며 긴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가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세안은 동티모르가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역량을 갖추었는지 면밀히 평가하기 위해 수차례 실사단을 파견했다. 특히 일부 회원국들은 동남아 최빈국 중 하나인 동티모르의 경제적 취약성과 행정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인구의 약 40%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높은 실업률과 영양실조, 사회 기반 시설 부족 등은 동티모르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 아세안의 확장과 동티모르의 미래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신규 회원국을 맞이한 아세안은 이번 동티모르의 가입을 통해 ‘하나의 동남아(One Southeast Asia)’라는 비전을 완성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10개 회원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에 동티모르가 더해지면서 아세안은 지리적 완결성을 높이고 역내 영향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동티모르에게 아세안 정회원국 지위는 국가 발전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아세안 경제 공동체(AEC)의 일원으로서 역내 무역 장벽이 낮아지고, 회원국 간의 투자 및 인적 교류가 활성화되어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아세안이라는 강력한 외교 플랫폼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의 발언권을 높이고, 미중 경쟁 심화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외교적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동티모르는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연간 1,000회 이상 열리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관련 협약을 이행할 수 있는 행정 및 외교 인력을 조속히 양성해야 한다. 또한 기존 회원국들과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아세안 표준에 부합하는 법률 및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아세안은 성명을 통해 “동티모르가 정회원국으로서의 모든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지원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며, 신입 회원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식민 지배와 강제 병합의 아픔을 딛고 마침내 독립을 쟁취한 뒤,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받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 동티모르. 아세안의 11번째 별이 된 동티모르가 역내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하며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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