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200명 파견 코이카, 한국인 현장안전 전문인력 ‘0명’

일본은 2016년 방글라데시에서 테러로 7명의 자국민이 희생당한 후 안전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 연합뉴스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담당하는 무상원조 전담기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매년 2000명이 넘는 인력을 해외에 파견하고 있지만 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전담조직과 시스템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파견인력 상당수가 재난과 테러 등의 위협에 상대적으로 더 노출된 개도국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안전과 치안을 담당하는 전담인력은 7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이들은 모두 한국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48개 해외사무소에 상주하는 한국인 현장 안전관리 전문인력은 전무하다.

최근 아프리카·중동·동남아 등에서는 불특정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 타깃 테러’가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다. 과거엔 유럽인·미국인들이 주요 표적이었다면 요즘에는 아시아인들도 중요 타깃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최근 테러에서 한국민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슬람국가(IS)’ 추종 무장단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뿐 아니라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한국인을 겨냥한 IS 등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코이카가 봉사단과 인턴, 사업 수행 인력 등을 해외에 파견하는 숫자는 연간 2200여 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파견된 개도국들에 지진 등 재난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많고, 테러 등 치안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데 있다. 코이카의 48개 해외사무소 중 ‘철수 권고’ 이상의 여행 경보 단계로 지정된 국가에 위치한 사무소는 25개나 된다. 실제 올해 코이카가 인력을 파견한 국가에서는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스리랑카에서는 부활절 테러가 발생했고, 필리핀 루손 섬에서는 지진이, 에콰도르에서는 폭동 등이 일어났다.

본부 안전인력 1명당 파견인력 300명 담당
문제는 이런 위험천만한 사건·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안전관리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코이카는 현재 48개 해외사무소에 100여 명의 직원을 파견해 봉사단원 등 해외 파견인력을 관리하고 있지만, 이들 중 안전관리에 특화된 전문인력은 부재한 상황이다. 경찰과 경비업체 경력이 있는 현지인을 ‘안전담당관’으로 32명 채용해 운용 중이나 코이카 내부에서조차 이들만으로는 체계적인 안전 담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사무소 입장에서는 이 인력이라도 있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이마저도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코이카 본부에는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이 있지만 총 7명에 불과하다. 매년 2200여 명의 인력을 해외에 보내는데, 안전관리 직원 1인당 300명이 넘는 해외 파견인력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코이카는 파견국 정세가 급변하거나 불안해질 때 체계적으로 파견인력을 대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이카는 작년 민주콩고공화국 대선 정국 당시 불안한 정쟁 상황에서 인턴과 코디네이터 등 파견인력을 에티오피아로 긴급 대피시켰다. 그런데 안전관리 전문인력 부재로 상황예측과 정보공유가 제한돼 본부와 협의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급하게 비상대피를 실시했다. 코이카 내부에서는 전문적인 안전 전담인력이 있었다면 정보획득 및 분석을 기반으로 본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체계적으로 비상대피를 실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최근 유가보조금 폐지 등 시위 격화에 따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에콰도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안전 전문요원이 없다 보니 정보분석에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현지에서 리스크에 대한 총체적 분석보다는 단편적 해석에 근거한 파견인력 관리가 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코이카의 한 내부 관계자는 “안전관리 전문인력이 있었다면 현장에서 심층적 분석에 기초해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면서 “두 경우 다행히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까지 안전을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사전에 적극 대응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코이카 격인 일본의 자이카(JICA)는 2016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발생한 테러로 7명의 자국 자문인력이 피살된 것을 계기로 안전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안전·보건 담당인력도 97명을 확충했다. 이를 통해 자이카는 위협평가 기능과 정보공유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매뉴얼을 보완했다. 또 비상대피 등 훈련을 정례화하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도 이뤄냈다.

특히 자이카는 모든 해외 현지사무소에 현지인 안전요원을 두게 했다. 아울러 고위험 국가로 분류된 현지사무소에는 일본인 안전전담 인력도 배치했다. 전체 96개 파견국 중 치안이 불안한 45개국에는 해당 국가별로 1명씩 총 45명의 간호인력도 파견했다.

익명을 요구한 코이카의 한 관계자는 “2000명이 넘는 인력이 치안이 불안한 개도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의 안전을 100% 담보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상황”이라면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관련 조직과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했다.

코이카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시사저널의 질의에 코이카는 “2018년 8월 기존 해외운영안전실에서 안전 기능만을 분리해 글로벌안전센터를 신설하고 안전업무만을 전담해 수행하고 있다”며 “특히 안전 시스템을 기존의 사고 후속 조치 업무에서 사고 예방 업무로 변환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코이카는 작년 안전관리 전문인력을 4명에서 7명으로 늘려 조직을 확충했다. 안전센터장도 개방형 직위제로 예비역 육군 소장을 선발해 안전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2200여 명의 안전을 100% 담보할 수 있을까. 현재 코이카 본부에 잡힌 안전센터 예산은 올해 기준 2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코이카는 본부 글로벌안전센터 인력이 최소 21명은 돼야 제대로 된 안전 시스템 구축과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정보획득·분석반, 상황관리반, 건강·보건반, 국내안전반, 교육훈련반 등으로 구성해야 입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7명인 안전전담 인력은 내년 1명이 늘어나는 데 그친다. 당분간은 100% 안전 상황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코이카는 “예산당국과 지속적으로 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020년 정부 예산안에 한국인 안전담당관 14명 파견 관련 예산이 반영돼 있는데, 국회 승인 시 내년부터는 이들을 파견해 체계적인 안전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