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계절의 끝자락이라
사람들의 가슴도 말랐는지
보낸 글은 긴데 답은 짧다
다정히 문안을 하여도
인사는 없고 건조한 대답 두어 마디
건기에 안 마를 가슴이 있겠나
‘그러라지!’ 토라진 심사가 분출하여
들숨 날숨을 길게 쉬며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익숙한 길이건만 문득
막다른 골목 끝에 멈춰 서서
‘왜, 내가?’
닫힌 길에서 하늘을 보니 벌써 황혼
장대 끝에서는 바람개비 두 개가
한 곳을 가리키며 빨개진 꼬리를 흔든다
방향을 가리킨다
바람의 길을 보여준다
거슬러 올라가라 한다
가슴으로 바람을 안고 가라 한다
< 시작 노트 >
SNS가 대세인 오늘날에도 나는 길게 메시지를 쓰는 버릇을 못 버리고 산다. 나의 이런 모습은 참 어리석어 보인다. 아무리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도 돌아오는 답이 너무 짧고 냉랭하여 놀라기도 한다. 바쁜 시대에 누가 긴 문장을 좋아하리요. 길게 쓰는 것은 상대방을 지루하게 하거나 진부하게 만드는 문장이 되어 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은 문득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글을 카톡으로 두 사람에게 보냈는데 둘 다 나이가 든 분들이지만 그 답신은 놀랍게도 단 답이라 차갑게 느껴졌다.
그들의 기분이 전염병 바이러스처럼 나에게 전이되어 나 자신도 토라져 다시는 그들에게 안부를 묻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고 기분 전환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길마저 나를 막았다.
그러나 막다른 길 창공의 바람개비 두 개가 열심히 돌며 바르다 생각하는 방향이면 시대를 거슬러 담대히 그 방법대로 살아가라 말하는 것 같았다.
2019.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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