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위안부 출간 pramoedya ianfu

“일, 20년 전 위안부 서적 출간 막으려 인도네시아에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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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외교문서 인용 보도… “관심 부추길라” 위안부 실태조사 동남아는 생략

일본 정부가 199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에서 위안부 관련 서적출간을 로비와 압력으로 저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정부는 또 이 시기 한국에서 실시한 위안부 피해자 실태조사를 동남아시아에서는 생략하는 등 위안부 문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여왔던 사실도 드러났다.

일본 외교문서를 인용한 아사히신문의 2013년 10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1993년 인도네시아 작가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1925~2006)가 일본군 위안부들이 겪은 고초를 기록한 책을 출간하려 하자 당시 주인도네시아 공사를 지낸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 사무차장이 인도네시아 관계자를 만나 우려를 표시했다.

다카스 사무차장은 그해 8월20일 이뤄진 인도네시아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프라무댜의 활동이 소개된 마이니치신문 기사를 내보이며 위안부 관련 서적이 출간되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이기도 했던 프라무댜는 자바 섬에서 140㎞가량 떨어진 섬에서 전쟁 중에 많은 소녀가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것을 수백 쪽 분량의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다카스 사무차장이 “관련된 자료가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됐을 때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관계에 끼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하자 인도네시아 관계자가 “위안부 문제로 일본·인도네시아 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다뤄야 할 일”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당시 수하르토 군사정권 치하의 인도네시아 정부는 프라무댜의 활동을 감시하고 과거 작품의 발행을 금지하는 등 압력을 가했으며, 결국 일본 정부가 인도네시아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데 가담한 셈이라고 신문은 비판했다.

문제의 작품은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한 뒤인 2001년 출판됐고, 일본에서는 2004년 <일본군에게 버림받은 소녀들>이라는 제목으로 발행됐다.

다카스 사무차장은 아사히신문의 취재에 “기억이 전혀 없다”면서도 외교 문서에 관해서는 “간담회에서 내 생각을 말한 것에 관해 상대가 그렇게 반응했다는 것이므로 압력을 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앞서 13일 ‘고노담화’ 발표 직전인 1993년 7월30일 무토 가분(武藤嘉文) 당시 외무상이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증언청취와 관련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주재 일본 대사관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관심을 괜히 부추기는 결과가 되는 것을 피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 국가에서는 실태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외교문서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쿄 | 서의동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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