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쌀 비축량 520만 톤 육박·말레이시아 수출까지 성사
정작 마트 진열대는 텅텅… 유통 전반 ‘5kg 프리미엄 쌀’ 품귀
생산 원가 급등했으나 최고소매가격(HET)은 동결… 소매업계 “팔수록 적자”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최근 인도네시아 전역의 주요 전통시장과 현대식 대형 유통망에서 5kg 포장 프리미엄 쌀을 찾아보기 어려워지며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국가 쌀 재고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풍부하다는 정부의 대대적인 발표와는 상반된 현상이 일선 유통 현장에서 벌어지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정부 “쌀 재고 충분, 수출길 열려” 낙관론 펼치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유한 쌀 재고는 약 520만 톤에 달한다. 이는 2027년 5월까지 국가 비축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통신국(Bakom) 무함마드 보다리 국장은 최근 말레이시아와 1,000톤 규모의 프리미엄 쌀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향후 3조 4천억 루피아 규모(최대 20만 톤)의 수출 잠재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다리 국장은 “국내 공급 기반 강화를 토대로 식량 주권을 공고히 하고 해외 수요를 충족할 여력을 갖췄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역시 2026~2027년 인도네시아의 쌀 생산량이 3,860만 톤에 이르러 세계 4위 생산국 입지를 굳힐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 수치와 달리, 정작 서민 가정이 가장 보편적으로 소비하는 5kg 규격 프리미엄 쌀은 소매점 매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원자재·가공비 뛰는데… 발목 잡힌 ‘최고소매가격(HET)’
이 같은 ‘공급 과잉 속 품귀’의 배경에는 생산 비용 상승과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 간의 극심한 엇박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BPS)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정미소 단계의 프리미엄 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07% 급등했다. 현장 수확 건조 벼(GKP) 가격이 kg당 7,000루피아를 넘어서며 정부구매가격(HPP, 6,500루피아)을 웃돌자 도정, 가공, 포장, 물류비 등 전 유통 과정의 단가가 연쇄적으로 치솟았다.
무역부 자료에 따르면 9월 초 기준 전국 프리미엄 쌀 평균 가격은 kg당 15,626루피아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정부가 지정한 프리미엄 쌀의 최고소매가격(HET) 규제다. 국립식량청 고시에 따른 HET는 1구역 기준 kg당 14,900루피아에 묶여 있다. 시장 평균 공급 가격이 이미 정부 상한선을 넘어선 것이다.
CORE 인도네시아의 엘리자 마르디안 농업 연구원은 “상류(생산) 단계의 비용 증가는 방치한 채 하류(소매) 유통 가격만 강제로 통제하다 보니, 가격 규제를 엄격히 적용받는 현대식 유통 채널로의 공급이 차단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팔수록 손해, 발주 축소 불가피”… 정부는 긴급 직공급 추진
인도네시아소매협회(Aprindo)는 물리적인 쌀 재고는 존재하지만, 공급업체로부터 들여오는 매입 원가가 HET를 초과해 정상적인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정부 기준인 kg당 14,900원에 맞추려면 소매업체가 kg당 수백 루피아 이상의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결국 대형마트와 미니마켓 등 소매업계는 적자를 피하기 위해 5kg 들이 프리미엄 쌀의 발주를 대폭 축소했고, 이것이 소비자 접점에서의 ‘품귀 대란’으로 직결됐다. 솔리힌 Aprindo 회장은 식량조정장관 및 경제조정장관 측에 공식 면담을 요청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실효성 있는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하자 부디 산토소 무역부 장관은 국영물류청(Bulog)을 통한 긴급 물량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부디 장관은 “Bulog가 소매협회(Aprindo) 및 쇼핑센터입점협회(Hippindo)와 연계해 미니마켓과 대형 유통 매장에 프리미엄 쌀 물량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며 소매 매대의 조속한 정상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시방편식 물량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생산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된 최고소매가격(HET)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한, ‘풍요 속 빈곤’이라는 기형적인 유통 왜곡 현상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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