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무슨 꽃을 좋아하냐고
누가 물어 온다면
막걸리가 더 좋다며 너스레 떨겠다고
마당에 우뚝 솟아난 짱돌에게 고백했다
사실, 나는 파꽃을 좋아한다
이방의 비탈에 그늘을 일궈 사는 내게 돌멩이란 흔한 일상, 하지만 
한바탕의 우기는 세상을 초록으로 뒤집어 놓고
떠나올 때 기억처럼 단단해진 돌만 남겨놓았다
만일 누가 파꽃을 좋아한다면
꽃은 언제 피며 모양은 어떻고 향기며
어떤 분별 있는 성질이 있는가 정도는 꿰고 있어야 할 법
그래야만 좋아할 자격이 주어진다면
애초 나는 파꽃을 좋아할 수 없다
내일이면 또 치워야 할 저 돌에게
그래서 막걸리를 들먹인 거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리고 모레쯤이면 나도 저 돌들로 지쳐 있겠지
햇살 긴 여름 여느 날
내 어머니도 지쳐
이제 먹을 만한 건 다 거뒀다며 내버려둔 텃밭에서
서리를 미리 뒤집어 쓴 채
파꽃이 피어 있었다

 

<시 읽기>
삼 주 연속으로 ‘파꽃’을 주제로 한 시를 소개합니다. 김보배 시인의 ‘겨울대파’가 배란다에서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었고, 송민후 시인은 ‘파꽃’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본인의 졸시집 『바타비아선』에 수록된 파꽃을 소개합니다. 같은 사물이 사람의 감정선을 라 모두 다르게 표현되는, 진정 시의 맛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글: 김주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