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취업 사기, 인니인 97명 집단 탈출 충돌… 사기범죄 연루 1만 명 추청

한국 외교부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16일 0시를 기해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발령하고 여타 지역에 대해서도 기존의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한다고 15일 밝혔다.

감금·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인도네시아인 필사의 탈출과정서 충돌11명 부상·구금
2020년 이후 온라인 사기 연루 인니 국민 1만 명 넘어… 아세안 차원 공동 대응 촉구

[프놈펜= 한인포스트]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불법 온라인 사기 범죄에 동원하는 캄보디아발 ‘취업 사기 (Online Scam)’가 한국을 넘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전역으로 확산하며 심각한 국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의 한 온라인 사기 회사에 감금되어 강제 노동에 시달리던 인도네시아 국민 97명이 집단으로 탈출하면서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해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외신종합에 따르면 지난 10월 17일, 캄보디아 깐달(Kandal)주 츠레이툼(Chrey Thum)에 위치한 한 온라인 사기 회사 건물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노동자 97명이 감금 상태를 벗어나 필사적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으며, 일부는 부상을 입거나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영상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건물 단지에서 뛰쳐나와 흩어지는 긴박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은 장기간 외부와 단절된 채 감금되어 온라인 사기 범죄를 강요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사건 발생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긴급 대응

사건 발생 직후, 프놈펜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사관은 캄보디아 경찰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현장으로 직원을 급파, 탈출한 자국민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들의 안전 상태를 확인했다.

인도네시아 대사관 측은 19일 공식 성명을 통해 “17일 사건 발생 소식을 접한 즉시 현장 대응팀을 꾸려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즉석식품, 의약품, 위생용품 등 긴급 구호 물품을 제공하며 인도적 지원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사기 조직의 희생자들로, 장기간 노동 착취에 시달려 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캄보디아 당국은 이들을 프놈펜의 이민국 구금 시설로 이송한 뒤 본국 추방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대사관은 이 과정에서 자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 탈출극의 이면… 부상자 발생과 동료 폭행 혐의 구금

그러나 이번 집단 탈출극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탈출 과정에서 발생한 소동으로 인해 11명의 인도네시아인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으며, 4명은 동료 인도네시아인을 폭행한 혐의로 캄보디아 경찰에 구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다 누그라하(Judha Nugraha) 인도네시아 외교부 국장은 20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확보된 86명 중 4명은 탈출 시도 중 다른 동료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구금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그룹이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내부 다툼이 발생했고, 이것이 집단 패닉으로 번지며 혼란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대사관 측은 구금된 4명에 대해서도 영사 접견권을 확보하여 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법률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병원에 입원한 11명의 부상자에 대해서는 “생명에 지장이 있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며, 대사관 직원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이들의 치료 경과를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건 당시 총성이 들렸다는 일부 증언에 대해 누그라하 국장은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있으나, 총격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디지털 마피아’의 덫… 체계적 범죄 만연

이번 사건은 동남아시아에 만연한 온라인 취업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10개국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에 연루된 자국민은 1만 명이 넘는다.

누그라하 국장은 “이들 중 약 1,500명은 명백한 인신매매(TPPO) 피해자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범죄 조직들은 SNS 등을 통해 ‘고객 서비스’, ‘마케팅’ 등의 직종에 월 1,000~1,200 달러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청년들을 유인한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감금된 채 사기 범죄를 강요당하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물론, 일부는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도 높은 급여의 유혹에 빠져 자발적으로 가담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현지 법에 따라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정부는 경고했다.

■ 국경 초월한 범죄, 아세안 공동 대응 시급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마피아’ 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해 아세안 회원국 간의 강력한 사법 공조와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프놈펜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이전에도 시아누크빌, 바벳 등지에서 유사한 사건을 여러 차례 처리한 바 있어, 이는 일회성 사건이 아닌 체계적인 범죄 네트워크에 의한 문제임을 방증한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해외 취업 제안을 각별히 경계하고, 출국 전 반드시 채용 회사의 합법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조기 탐지 시스템을 강화하고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하여 더 이상 국민이 가짜 일자리 제안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취업 사기 문제가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초국가적 범죄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각국 정부의 긴밀한 공조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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